[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여야가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가 법제사법위원회 등 국회 상임위원장을 누가 차지할 것이냐가 관심이다. 하지만 여야는 원 구성을 마치는대로 본격적인 정책 주도권 싸움에 돌입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정시한인 7일까지 협상이 안 된다면, 10일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14개 자체 특별위원회(특위)를 띄워 입법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4일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22대 국회가 시작됐기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발 빠르게 현안을 챙기고, 현장을 가보고, 국민이 공감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면서 "특위가 구성되는 대로 정부와의 정책 간담회, 현장 방문 등의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특위 구성을 확정지었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AI)·반도체를 비롯해 ▲민생경제 안정 ▲세제 개편 ▲저출생 대응 ▲연금개혁 ▲의료개혁 ▲교육개혁 ▲노동 ▲외교안보 ▲에너지 ▲기후대응 ▲공정언론 ▲재난안전 ▲약자동행 등 14개 특위로 구성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2024.05.13.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민의힘은 의원 108명으로부터 특위 참여를 신청 받아서 최대한 많은 의원들이 특위 활동에 임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분야별 특위를 중심으로 당의 총선 공약 및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를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2대 국회 300석 중 108석 밖에 갖고 있지 못해 입법 활동을 주도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분명하지만, 그러한 가운데 여당으로서 정책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반면 민주당은 최근 들어, 연금개혁에 이어 1주택자 폐지 등 종합부동산세 완화라는 민생 이슈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어젠다 선점에 나섰다. 국회 상임위 장악에 이어 정책 주도권을 계속 갖고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4일 중산층 세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의 상속세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도층 민심을 공략하는 정책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을 내놓았다.
앞서 돌출된 종부세 완화에 대해서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4일 "종부세에 대한 접근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모드'로 바꾸면서 어젠다를 발빠르게 전환하고 나섰다.
다만 진성준 의장은 이날 "정부가 7월 세법 개정안을 제출한다"며 "종부세와 더불어 보유세와 취득세, 양도세 등에서도 필요하다면 다 논의할 수 있다"면서 정부와의 논의를 통해 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겉보기에는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에게 정책 주도권이 쏠려 있지만, 이를 시행하고 예산을 배정하는건 정부 몫일 뿐더러 대통령 거부권을 쥐고 있는건 국민의힘이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각자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입법 자체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기까지 여론전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