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싱가포르를 대파하고 2026 월드컵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은 6일 밤(한국시간) 싱가포르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5차전 싱가포르와 원정 경기에서 7-0으로 크게 이겼다.
이 경기 결과 한국은 남은 조별리그 최종전 중국전(11일 한국 홈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3차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4승 1무로 승점 13이 된 한국은 중국에 패하더라도 조 1위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싱가포르전에서는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대표팀의 걸출한 핵심 공격수 두 명이 나란히 2골씩 터뜨리는 활약을 펼치며 대승을 이끌었다. 축구팬들은 흐뭇하게 둘의 골 퍼레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주민규가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후 주장 손흥민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런데 둘의 멀티골 못지않게 반가운 골도 있었다. '34세' 주민규(울산)와 '20세' 배준호(스토크 시티)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주민규는 한국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전반 20분 김진수(전북)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에서 솟구치며 정확한 헤더슛으로 연결, 골을 터뜨렸다. 후반 25분 이재성(마인츠) 대신 교체 출전한 배준호는 그라운드를 밟은 지 9분 후인 후반 34분 박승욱(김천상무)의 크로스를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한국의 6번째 골을 뽑아냈다.
1990년 4월생인 주민규는 늦깎이 국가대표다. K리그에서 두 차례나 득점왕에 올랐지만 외국인 대표팀 감독들(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의 외면을 받다가 지난 3월 A매치 때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리고 이번 6월 A매치 2연전에서 다시 부름을 받았는데, 그를 대표로 발탁해준 감독은 모두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국내 감독들이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새 사령탑 선엄에 난항을 겪고 있어 3월엔 황선홍 감독, 이번 6월에는 김도훈 감독이 주민규를 대표팀에 선발했다.
주민규는 펄펄 날았다. A매치 데뷔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도움을 3개나 올리며 한국의 공격을 앞장서 이끌었다. 전반 9분만에 터진 이강인의 선제골을 도왔고, 전반 20분 직접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손흥민과 이강인의 골에도 잇따라 어시스트를 했다. 한국이 4-0으로 리드할 때까지 한국의 4골에 주민규가 1골 3도움으로 모두 관여했다.
놀라운 주민규의 활약이었다. 특히 주민규의 이날 A매치 데뷔골은 만 34세 54일의 나이에 넣은 것으로 고(故) 김용식이 1950년 홍콩과 친선경기에서 39세 274일의 나이에 기록한 득점에 이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골 2위에 해당했다. 기존 대표팀 공격진과 호흡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도움을 3개나 올려 팀 플레이에도 물이 올랐음을 증명했다.
2003년 8월생으로 아직 만 20세인 배준호의 골도 인상적이었다. A대표팀에 첫 발탁돼 A매치 데뷔 출전 기회를 얻었는데 데뷔골까지 터뜨렸기 때문이다.
A매치 데뷔전엣서 데뷔골을 터뜨린 배준호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해 6월 막을 내린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한 것을 발판으로 배준호는 지난해 8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스토크 시티에 입단하며 일찍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 스토크 시티 데뷔 시즌 주전으로 자리잡아 38경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 팀의 강등권 탈출에 힘을 보탰고 팬들이 선정한 스토크 시티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김도훈 감독은 이런 배준호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벤치 멤버로 출발했던 배준호를 후반 교체 투입해 데뷔전 기회도 줬다. 배준호는 이런 김 감독의 배려와 기대에 골로 화답했다. 함께 A매치 첫 발탁과 교체로 데뷔전을 치른 박승욱이 내준 패스를 놓치지 않고 깔끔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주민규와 배준호 모두 의미있는 활약이었다.
주민규는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를 했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량을 꽃피우고 능력을 인정받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9월 시작되는 3차예선 때 주민규는 이번 6월 소집에서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선발 제외된 조규성(미트윌란)과 최전방 스트라이커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준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 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며 이어가고 있는 한국 축구 간판 공격수 계보에 배준호가 이름을 올릴 날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