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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구당 부활" 이면에 '원외 표심' 공략 뿐?

2024-06-09 09:00 | 진현우 기자 | hwjin@mediapen.com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여야의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구당 부활이 하나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당 부활의 주된 이유로는 '기득권 세력'으로 불리는 원내와 '도전자 입장'인 원외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지만 차기 당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원외 표심 잡기라는 목적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023.2.27/사진=연합뉴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구당 부활을 위한 입법 준비에 본격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윤상현 의원이 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 민주당에서는 김영배 의원이 참여정치 활성화 3법(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을 지난달 30일 각각 발의하며 지구당 부활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지구당은 지난 1962년 정당법 제정 당시 도입된 개념으로 총선 선거구 단위로 설치된 중앙정당 하부조직이다. 본래 지구당은 지역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에서 설치됐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며 금권선거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요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고 지구당이 불법 정치자금의 통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서울시장)의 주도로 지구당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004년 통과되면서 지구당 제도는 폐지됐다.

현행법상 정당의 지역 조직은 '당원협의회' 또는 '지역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구는 공식 정당 기구는 아니다. 이 때문에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은 지역 사무실을 둘 수 없을 뿐더러 유급 사무직원을 배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원외(院外)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원내 기득권 타파'를 목적으로 지구당 부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가장 먼저 지구당 부활을 시사한 쪽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부산에서 열린 당원 콘퍼런스에서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해 친명(친이재명)계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권리당원들을 의식해 당원권 강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당원권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구당 부활을 내세운 것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지구당 부활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총선 당선·낙선인과 만나며 지구당 부활 필요성을 언급했던 한 전 비대위원장은 같은 달 30일에는 자신의 SNS에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해야 한다"며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지만, 지금은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단, 여야는 지구당이 모을 수 있는 최대 금액에 대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경우 지구당(지역당)이 최대 모을 수 있는 금액을 1억5000만원으로 정한 반면, 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최대 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처럼 여야 모두 당원권 강화와 기득권 타파를 외치며 지구당 부활을 부쩍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이면에는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원외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야 모두 아직 차기 전당대회 규칙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당대표 선거에는 원외 표심 또한 중요한 만큼 이들의 마음을 사는 것이 차기 당권을 거머쥘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경우 총선 패배로 인해 원외로 빠진 당협위원장이 많은 상황이고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 중심의 권리당원들을 의식해 지구당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원내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어느 정도의 (세력 간) 균형은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새로운 기득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원외인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새로운 기득권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당의 경우 수도권 등지, 야당의 경우 영남·강원 등 이른바 '험지'에 원외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들이 몰려 있다. 

이들이 극심한 지역 구도를 깰 수 있도록 지역 활동 강화를 위한 후원금 모금은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이 아닌 원외 인사의 경우 정치권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권 원외 인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5000만원을 거둬 지역을 더 탄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도전자들은 진입 장벽이 생겨서 못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며 "정치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는데 도전자들 입장에서는 (지구당 제도가) 굉장히 안 좋은 제도"라고 밝혔다.

신 교수 또한 "당협위원장을 맡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지구당 부활이) 원외 간 균형을 무너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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