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전방산업인 전기차가 캐즘존에 들어서면서 배터리업계가 실적이 가라앉은 가운데 '상저하고'의 반등을 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면서 재고관리에 애를 쓰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비교적 개선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내놓으면서 시장 흐름이 풀리고 양극재 가격에 영향을 주는 메탈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에 주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배터리2024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돼 있는 셀투팩 공법 목업./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하반기에 들어 배터리 업계의 실적 개선 여지가 살아나고 있다. 2분기 실적까지는 1분기와 마찬가지로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3분기부터는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다수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완성차 시장에서 새로운 전기차 모델들이 6월부터 출시되는 것이 주효할 전망이다. 당초 전기차 시장의 위축으로 인해 영향이 컸던 만큼 신차 출시는 상황을 개선될 포인트로 꼽힌다. 이미 국내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해 GM(제너럴 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3분기부터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9을 출시할 예정이며, 기아는 EV3를 시작으로 새로운 전기차 시리즈를 계속해 출시할 것을 예고했다. 특히 EV3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합작공장 배터리가 적용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향후 출시 모델들도 공장 가동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배터리 합작 법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한 신모델들이 출시되고 있다"며 "미국 얼티엄셀즈 2공장 생산량 증가와 GM의 신차 출시도 예정돼 있어 IRA(인플레이션 방지법)를 충족하는 배터리로 북미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다.
당장 3분기부터 실적이 급진적으로 개선되지는 않겠으나, 중장기적인 시점으로 볼 경우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기조는 확실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의 여지가 크다. 다만, 금리 인하와 같은 변수로 인해 확실한 '턴어라운드' 시점까지는 장기적인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인터배터리 2024' 포스코그룹 부스 전경. /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상승할 요인으로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 출시와 메탈 가격의 상승이 맞물린다. 메탈 가격은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양극재 가격에 영향을 준다. 이른바 '판가 연동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저렴할 때 구입한 것이 이후 제품을 비싸게 판매할 수 있어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글로벌 금속 시장이 수급 불안을 겪고 있어 메탈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일 기준으로 주요 원자재인 니켈의 가격은 톤 당 1만 9830달러로 연초 대비 15.1% 상승했다. 니켈은 양극재의 성능에 기준이 될 정도로 중요한 핵심 광물이다. 특히 니켈 매장량이 높은 인도네시아에서 정부가 광산 허가 발급을 늦춰 니켈 가격의 상승세는 지속될 예정이다.
SNE리서치는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 비싼 전기차 가격, 신모델 출시 지연,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후방산업인 배터리 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만 최근 양극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메탈 가격이 저점을 통과해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후 배터리 업체의 실적이 점차 반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2분기까지 전기차의 판매가 글로벌적으로 감소한 탓에 공장 가동률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으나, 3분기부터 신차 출시 등으로 인해 가동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캐즘존 상황에 맞춘 경영 전략을 통해 상황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