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구원 투수인 '전영현 호'가 닻을 올리고 체질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하반기 반격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의 메모리 신화 주역으로 꼽히는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으로 수장을 교체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1일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했다. 사진은 전영현 부회장./사진=미디어펜
전영현 부회장은 우선 HBM 공급망 진입을 위해 HBM 5세대인 HBM3E 제품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삼성전자는 HBM 공급망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엔비디아의 최종 승인을 위해 5세대 제품인 HBM3와 HBM3E의 전력 효율 개선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년까지 6세대 HBM4 개발을 마친다는 게 목표다. 또 2분기 내 HBM3E 제품 양산을 위한 준비도 이어간다.
전 부회장이 HBM 공급망 진입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HBM 공급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올 차세대 제품에서는 우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업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를 성과로 증명하는 게 전 부회장의 최대 과제다.
전 부회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장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그는 취임일인 지난 21일 화성사업장으로 곧장 출근해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별 마라톤 회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내부 점검과 회의를 통해 여러가지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회사의 경쟁력 복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도 직시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취임사에서 "7년 만에 돌아와 보니 삼성 반도체가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의 문화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빠른 시간안에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대로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시장에서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1999년 '반도체 빅딜' 당시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시절에는 세계 최초 20나노 이하 미세공정 개발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메모리 신화를 썼다. 이후 삼성SDI 대표이사와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을 거쳐 DS부문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