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6·10 민주항쟁 37주년인 10일, 국회에서는 야권이 단독으로 주요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표결을 진행하며 여야 협치가 또다시 무산됐다.
여야는 이날 저녁까지 원구성을 둘러싸고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여당 의원들은 의장실 앞을 점거하고 본회의 진행 중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우 의장과 민주당을 성토했다.
결국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반쪽 개원에 이어 '반쪽 원구성'이라는 오명도 안게 됐다.
6월 10일 저녁 국회에서 야권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4.6.10/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회는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권 단독으로 법제사법·운영·교육·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보건복지·환경노동·국토교통·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이날 표결에는 야권 소속 의원 192명 중 191명이 참여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법사위원장 정청래 의원 △운영위원장 박찬대 의원 △교육위원장 김영호 의원 △과방위원장 최민희 의원 △행안위원장 신정훈 의원 △문체위원장 전재수 의원 △농축수산위원장 어기구 의원 △보건복지위원장 박주민 의원 △환노위원장 안호영 의원 △국토교통위원장 맹성규 의원 △예결특위원장 박정 의원이다.
상임위원장 선출은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진행됐고 11명의 상임위원장을 한번에 선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 직전 임의대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주요 상임위에 배치했으나 국민의힘은 ‘의회 폭거’라며 우원식 국회의장을 상대로 사임계를 제출했다.
당초 이날 본회의는 오후 2시 개회 예정이었다. 하지만 막판 여야 협상을 위해 두 차례 연기됐고 결국 저녁 8시50분경에 이르러서 시작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우 의장 주재로 오후와 저녁 두 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여야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직을 두고 충돌을 거듭했고 이날 회동에서도 쟁점 상임위원장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회동에서 먼저 발언에 나선 우 의장은 “의장 입장에서는 원구성과 개원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만큼, 불가피하게 본회의를 소집했다”며 “민생이 절박하고 군사적 긴장도 매우 높아지는 등 이런 상황 속에서 손 놓고 있는 것은 의장으로서 더 이상 어렵다”며 친정인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우 의장이 여야 간 제대로 된 협의와 합의 없이 본회의 의사일정을 일방 통보하게 된 데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 의장의) 조금 전 (발언) 취지를 들어보면 거의 민주당 의원총회(의총)의 대변(代辯)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저녁 7시40분경 막판 합의를 위한 비공개 2+2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추 원내대표는 막판 협상 카드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운영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민주당 몫으로 하는 대신 법사위원장은 제2당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맡아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를 거부하며 여야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월 10일 저녁 국회의장실 앞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에 나선 민주당과 우원식 의장을 규탄하는 점거농성 도중 발언을 하고 있다. 2024.6.10/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회동이 결렬에 이르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 앞을 점거하며 우 의장이 본회의장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협치 파괴 책임있는 국회의장 사퇴하라', '국회정신 무시하는 이재명 방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우 의장과 민주당에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점거 농성 50여분 뒤인 저녁 8시50분경 국민의힘 의원들을 피해 의장실 내 별도의 문을 통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우 의장이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는 순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으로 이동해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는 규탄사를 통해 “지금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를 강탈해 가려는 것은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 대통령 탄핵 정국 조성, 그리고 이를 위한 언론 장악 의도일 것”이라며 “다수당의 힘으로 우리를 밟고 지나갈 수는 있어도 법 앞의 정의와 진실마저 덮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원내대표는 우 의장을 향해서도 “이 나라의 진정한 국회의장은 없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웠다는 우원식도 없다”고 비판했다.
우여곡절 끝에 야권 단독으로 11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됐지만 향후 상임위 개최를 둘러싸고 여야 간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