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국민의힘이 11일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회 원구성에 반발하며 야권 주도로 개최되는 상임위원회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여야 협의없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 것을 ‘의회 폭거’로 규정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이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나 실효성은 미지수로 여겨진다. 집권 여당이 보이콧에 나서는 것이 민생 포기 선언으로 여겨질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상임위 활동 보이콧에 의견을 모았다. 또 이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국회 본회의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의안과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단독 원구성에 반격을 가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전날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것에 이어 오는 13일까지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국민의힘이 원 구성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상임위 독식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2024.6.11./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이 강대강 대결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 전략이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여당의 보이콧 전략이 ‘민생 포기’를 강조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15개 자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행령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같은 전략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행령의 한계와 특위의 실효성에 의문이 해소되지 못한 탓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미디어펜과 만남에서 “민생을 제대로 챙기기 위해서는 국회부터 정상화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민생에 대한 부분은 특위 활동으로 놓치지 않고 챙겨나갈 것”이라며 “보이콧 전략은 소수인 여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위하는 최후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물러설 수 없다”면서도 “국민의힘은 야당이 아닌 국정을 뒷받침할 여당으로 보이콧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을 저지할 실질적인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보이콧을 장기화할 경우 역풍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재 시한부인 비상대책위원회인 만큼 상임위 협상에서 취할 수 있는 태도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자체특별위원회를 통해 민생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효과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여야가 교착된 국면부터 풀어나가야 해 상임위 문제도 해결되지 않겠나”라면서 “보이콧을 장기화할 명분도, 실익도 부족한 만큼 (보이콧 전략은)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전당대회까지 시간을 벌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라며 보이콧 전략이 원 구성 협상 등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