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은 1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관련,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했다.
(왼쪽부터)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 수행을 위해 출장 중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화상연결을 통해 관계기관 합동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동결 결정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 및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미국 금리 동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금융시장의 경우, 외국인 증권자금 순유입이 지속되고, 자금시장에서도 회사채 및 단기금리 안정세가 이어지는 등 비교적 안정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참석자들은 대외 변동성 완화를 통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안정을 위해 대외 안전판을 지속 확충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해 기업 밸류업을 위한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상속세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공청회 결과 등을 반영해 조속히 마련하는 한편, 전산시스템 구축 등 공매도 제도개선 방안도 조만간 확정·발표하기로 했다.
또한, 7월 시행 예정인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관련 결제실패 방지 및 거래 편의 개선을 위해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현지 거래은행을 통해서도 원화 일시 차입(Overdraft)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9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목표로 국채통합계좌 개통 등 제도적 기반을 완비하고, 법인식별기호(LEI) 인정 범위 확대,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 절차 간소화 등 접근성을 지속 제고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충격으로부터 우리 경제의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공급망 확충 등 경제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에도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이번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자원 부국이자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는 중앙아시아와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탄탄한 경제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이 개선돼 대외 불확실성 대응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연준은 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7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연준의 이번 동결로 미국과 한국(연 3.50%)의 금리격차는 상단 기준으로 2.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점도표(금리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5.1%로 전망했다. 현 기준금리가 5.25~5.5%임을 감안할 때 올해 안에 0.25%포인트 한 차례 인하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앞서 지난 3월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 전망에서 3분의 1로 횟수를 조정한 것이다. 다만 내년까지 금리 인하 획수가 총 5회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중 4회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 것이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물가 목표 달성에 대한 더 큰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연준은 “최근 몇 달 동안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해 다소간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목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최대 고용과 안정적인 물가 두 가지 목표를 향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도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 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시장 전망(3.4%)을 밑돌았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2% 목표치로 향한다는) 신뢰를 쌓는 데 오늘 보고서는 진전이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긴축 정책 완화(금리 인하)를 시작할 만큼 연준이 자신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 시장이 예상 밖에 약해지거나,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빨리 둔화한다면 그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