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글로벌 철강업계 내 수소환원제철로의 전환이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수소전환제철 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 한국에서는 지원이 미미한 실정이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 전경./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2030년 수소환원제철 실증 목표…해외도 기술개발 ‘한창’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을 완료한 뒤 2050년까지 기존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전환할 방침이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하이렉스(HyREX)로 명명했는데 포스코가 지난 2007년 개발한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해 이같은 이름을 붙였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현재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에는 화석연료를 가열해 대규모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게 되면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발생해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포스코는 올해 1월에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하고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곳에서는 2027년까지 연산 30만 톤 규모의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준공하고,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도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장 회장은 지난 3일 철의날 행사에서 “친환경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충실하게 부응해 저탄소 친환경 철강 생산 체계로의 빠른 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역량을 모야 친환경 생산체제로 조기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스웨덴 SSAB는 2030년부터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활용한 100%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 티센크루프는 2026년 연간 250만 톤 규모의 수소 기반의 직접환원철(DRI) 설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제철도 2026년부터 수소환원제철 실증 시험에 들어가 2030년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양산하겠다는 목표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철강업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받고 있어 글로벌 철강업체들이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로를 활용할 경우 철강제품 1톤을 생산할 때 약 2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며 “수소환원제철은 철강재를 생산하더라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꿈의 기술로 전 세계적 철강업체들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은 유럽·일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
수소환원제철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떠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가 가동 중인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54조 원으로 예상된다. 기존 고로를 매몰하는 비용이 27조 원, 신규 설비를 짓는 데 27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현대제철까지 추가될 경우 전환 비용은 68조5000억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수소환원제철에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유럽과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먼저 독일에서는 수소환원제철을 포함한 저탄소 철강 생산 체제 전환을 위해 최대 10조2000억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될 계획이다. 스웨덴 정부도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해 1조447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총 4499억 엔(약 4조 원)을 투자한다. 기존 고로 설비를 활용한 탄소배출 저감기술 개발에 2822억 엔(약 2조5000억 원),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는 1677억 엔(약 1조5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 예산액으로 2685억 원을 편성했다. 구체적으로 현존 설비 개선에 2416억 원 신규 설비로의 전환에는 269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철강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투자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지원 규모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부족한 수준으로 기술개발이 경쟁국에 뒤처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의 지원 규모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의 경우 기업 혼자서 막대한 기술개발 비용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정부가 지원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한다면 다른 국가와의 기술개발에 밀리면서 글로벌 철강 경쟁력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