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북유럽은 아직까지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익숙한 해외'는 아니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에게 북유럽은 다소 '유럽의 변방' 또는 '낯선 유럽'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 북유럽 국가 중 가장 큰 국가이면서 북유럽을 선도하는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조차도 낯설어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하지만 그 북유럽, 특히 그 중에서도 스웨덴에서는 이미 K-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는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그러한 헌국 문화의 가장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곳보다 높다.
지난 15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2024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 날 대회의 참가자들./사진=주스웨덴 한국문화원 제공
그러한 한국 문화의 스웨덴 전파의 최일선에 선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의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5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중심가에 위치한 주한스웨덴 한국문화원 1층 메인홀에서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원장 이경재)과 예테보리 세종학당(학당장 박미현)이 공동 주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핫'한 관심 속에 개최됐다.
이 날 스웨덴 전국에서 한국어 솜씨를 갈고 닦으며 대회에 참가한 16명은 저마다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발휘했다. 대회의 주제는 '내가 가장 멋있었던 순간'과 '내가 경험한 특별한 한국 문화'.
대회장이 대회 참가자와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어에 관심 있는 스톡홀름 시민 등으로 가득한 가운데 이번 대회 참가자 중 행사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하루 트란 씨는 “너무 떨려서 준비한 만큼 실력 발휘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낸 뒤로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다”라며, 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스웨덴 시민들의 관심 속에 열린 이번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한 참가자./사진=주스웨덴 한국문화원 제공
참가자 사가 린드스트룀 씨의 한국어 말하기 시연./사진=주스웨덴 한국문화원 제공
이 날 대회에는 열세 살부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해 올해 스무 살이 된 참가자, 스톡홀름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학생,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익히고 있다는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참가했다.
발표 내용 역시 진솔하고 참신해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국어와는 전혀 다른 언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 자신이 가장 멋있게 느껴진 순간이라고 발표한 참가자부터 스웨덴에는 없는 한국의 반찬 문화, 한국 홈스테이에서 경험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정 등에 대해 이야기한 참가자까지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장려상과 우수상, 최우수상은 각각 사가 린드스트롬, 에드바드 본 팔라, 라라 스트란델에게 돌아갔다. 대회를 주최한 이경재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장과 박미현 예테보리 세종학당장은 “수상을 떠나 오늘 대회에 참가한 모든 분들의 한국어 실력에 놀랐다”라고 이야기하며 “스톡홀름과 예테보리에서 여러분들이 더 쉽고 재밌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한국어 말하기 대회' 영광의 수상자들과 함께. 사진 왼쪽부터 박미현 예테보리 세종학당장, 장려상 수상자 사가 린드스트룀, 우수상 수상자 에드바드 본 팔라, 최우수상 수상자 라라 스트란델, 이경재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장./사진=주스웨덴 한국문화원 제공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로, 각 나라에서 치러진 예선을 통과한 우승자가 한국에서 열리는 본선에 참가하게 된다. 스톡홀름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한국 본선을 위한 스웨덴 지역 예선. 최우수상을 받은 라라 스트란델은 오는 10월 한국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재단 주최로 열릴 예정인 '2024 세계 한국어 말하기 대회' 스웨덴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그동안 스웨덴 예선전은 비대면으로만 진행되었는데, 지난해 한국문화원이 문을 연 만큼 올해에는 처음 대면으로 예선이 치러진 것이다.
한편 북유럽에서 유일한 한국문화원인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은 지난 해 개원한 이후 스웨덴 사회에서 한국 문화를 다양하면서도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자칫 '단순한 유행'으로 인해 다소 왜곡될 수도 있는 한국 문화가 북유럽 사회에서 보다 바르게 전해지도록 하는 첨병 노릇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