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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혁신·포용 기대 못미쳐"…인뱅 메기효과 논란 재점화

2024-06-17 13:0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인터넷은행이 출범 7년을 맞이한 가운데, 제4 인터넷은행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금융연구원이 지난 13일 공동으로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당국 관계자는 "절반의 성공이었다"며 그동안의 업계 행보를 평가절하했다. 

인터넷은행이 손쉽게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로 자산·수익을 늘린다는 점에서 당국이 생각한 혁신·포용 및 설립취지와 거리가 멀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였지만, 금리 부담 완화와 은행 산업 경쟁 강화 등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기대한 '메기효과'와 거리가 다소 멀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7년을 맞이한 가운데, 제4 인터넷은행 출범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그동안 행보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었다"며 혁신·포용 노력이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했다./사진=각사 제공



이에 대해 업계는 인터넷은행의 시장 참여를 통한 금융권 전반의 대출금리 인하, 보편화된 수수료면제 조치 등의 효과에 대해 당국이 외면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13일 열린 세미나에서 기존 인터넷은행의 금리인하·수수료 절감 등 혁신 성과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냈다. 

당시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인터넷은행이 가장 손쉽게 자산·수익을 성장시킬 방법은 주담대를 대환으로 끌어오는 것인데, 대환은 다른 은행이 심사해서 이자 잘 내던 대출을 좀 더 좋은 조건을 주면서 뺏어오는 것"이라며 "이런 영업은 저희가 생각한 혁신·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진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도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이 올라갔지만, 수익이 어디서 나왔는지 보면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지 않은 주담대에서 수익이 났다"며 "이것이 원래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의 인가요건으로 거론되는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해서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지 못하던 차주들을 포용하기를 기대했는데, 기존 중금리 시장을 시중은행·저축은행과 경쟁하며 뺏고 뺏기는 양상으로 흘러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당국은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짧은 기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모임통장·파킹통장·외화통장 등의 혁신서비스 제공 및 수수료 인하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반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오랜 행보를 평가절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번 세미나에 대해 은행권의 의견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주담대를 비판했지만 고객의 대출이자를 절감해주자는 취지로 인뱅도 출범한 것이다"며 "인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시중은행도 금리를 낮추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 대면 영업점을 갖추고 고객에게 상품 가입을 독려한 것도 아니고, 고객들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여러 은행의 상품을 보고 선택한 것 아니냐"며 "고객이 알아서 선택한 것을 인터넷은행이 특정 부분에 치중하는 것처럼 곡해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저축은행의 고객을 뺏어 왔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데, 저축은행 등에서 두 자릿수 금리로 대출을 이용하던 중저신용자가 인뱅으로 넘어오면서 한 자릿수 금리를 이용하지 않느냐"며 "이를 '빼앗았다'라고 표현하면 인터넷은행이 신규로 대출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행들이 그동안 중도상환·이체·ATM출금 수수료에 이어 외화환전까지 수수료를 면제했다. 모객을 위한 일시적 마케팅이 아니라 인뱅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금융 거래문화를 바꾼 것이다"며 "지난해 금융권 상생금융의 최대 화두였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도 인터넷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시행하던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력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난 수년 간 고객에게 감면해준 이자 등을 합치면 적지 않다. 이 수수료들을 받지 않았음에도 3사가 모두 분기 흑자를 내지 않았느냐"며 "기존의 전통 은행들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당국이 똑같이 잣대를 내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시 세미나에서는 제4 인터넷은행 인가에 대한 당국의 가이드라인도 간접적으로 제시됐다. 이진수 금융위 과장은 "인터넷은행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분들이 계신다면, 사업계획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엄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모델, 특히 비대면 제약을 넘어설 정교한 모델 구축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연체율 상승·자산 증가 등에 발맞춰 충분한 자금력 등 경영·건전성 관리 능력이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을 반기는 모습이다. 경쟁이 치열해져야 은행산업이 성장하고 고객들의 후생도 개선되는 까닭이다. 다만 기존 3사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에도 불구, 개인사업자 대출에서의 연체율 상승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제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저축은행 지방은행 등으로 나눠서 경쟁하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에서 대출상품을 모아놓고 보는 게 현실이다"며 "고객들이 상품별 비교를 하지, 특정 은행이라서 이용하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터넷은행도 안정적인 대출을 취급해야 위험하거나 어려운 대출도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새 후보군은 인가 획득에 너무 얽매여 소상공인 금융에 치중하는 것 같다"며 "연체율 관리 등에서 쉽지 않을 텐데, 당장 개시하자마자 소상공인 대출에 주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존 3사를 놓고 볼 때 은행 설립 후 3년이 흐르면 수익을 내더라는 게 검증되지 않았나"라며 "정부가 제4인뱅을 출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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