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달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가 0.02%포인트(p) 상승했다. 6개월만의 반등으로, 18일부터 시중은행권은 일제히 변동금리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다음달 중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적용할 예정인 만큼, 대출한도 축소가 신규 대출 감소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지난달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인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가 0.02%포인트(p) 상승했다. 6개월만의 반등으로, 18일부터 시중은행권은 일제히 변동금리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지난달 가계대출 확대의 배경으로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정책모기지'가 꼽혔던 데다, 최근 신규 주담대의 대부분이 '주기·혼합형'으로 이뤄지고 있어 주담대 잔액에 영향을 줄 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금융권 및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월 3.54% 대비 약 0.02%p 오른 3.56%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하향 추세를 보였지만 6개월 만에 반등했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3.76%에서 3.74%로 소폭 하락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주로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코픽스 상승으로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도 상향조정됐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날 주요 주담대 상품의 변동금리는 연 3.74~5.91%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연 3.74~5.14%,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4.30~5.91%,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이 연 5.273~5.673%,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4.96%부터 등으로 각각 집계됐다. 준거금리(코픽스)가 3.56%로 반영된 값이다.
은행들이 최근 집중 공급 중인 금융채 5년물 기반의 고정형(주기형·혼합형) 주담대에 견주면 변동형의 경쟁력은 크게 뒤쳐진다. 같은 상품을 금융채 5년물로 놓고 보면 금리는 연 3.00~5.673%(농협 포함)로 훨씬 낮다. 국민은행이 연 3.09~4.49%, 신한은행이 연 3.00~5.01%, 하나은행이 연 3.395~3.795%, 농협은행 연 3.46~5.65%을 각각 기록 중이며, 우리은행은 금리하단이 연 3.45%부터다.
이에 고정형과 변동형의 평균 금리격차도 상당하다. 금리하단에서는 고정형이 변동형보다 약 0.74%p 낮고, 반대로 금리상단에서는 변동형이 고정형보다 약 0.237%p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동안 변동형은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수요를 타깃해 화제였다. 당장 고정형보다 높은 금리 탓에 이자부담이 있지만, 본격적인 금리인하 시기에 돌입하면 금리가 고정형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변에 깔린 까닭이다. 코픽스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면서 실제 지난 4월에 취급된 주담대의 절반 가량은 변동금리로 취급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4월 취급 주담대 중 변동금리 비중은 49.9%로 1월 34.1% 대비 약 15.8%p 급등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 12일에도 기준금리 연 5.25~5.5%를 7연속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발 금리인하는 빨라도 올 연말께나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하가 요원해진 만큼, 한국은행이 독립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요인도 사라진 셈이다.
아울러 현재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주요 상품군의 금리를 고려하면 고정형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만큼, 다시금 고정형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7월 중 스트레스DSR 2단계를 시행할 예정인 만큼, 변동형 대출을 택할 유인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시행 중인 1단계는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의 25%를 적용 중인데, 앞으로 2단계에서는 비율이 50%로 크게 상향적용돼 대출한도를 더욱 줄이는 까닭이다.
한 은행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연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40년 만기 완전변동형으로 대출을 받게 되면 1단계에서는 은행금리 4.0%에 스트레스 금리가 0.375%로 계산돼 대출가능액이 3억 7700만원으로 집계되지만, 2단계에서는 스트레스금리가 0.75%로 계산돼 대출가능액이 3억 570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최대 대출한도가 기존보다 약 20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같은 조건에서 혼합형은 1단계 3억 8500만원에서 2단계 3억 7300만원으로, 주기형은 1단계 3억 9200만원에서 2단계 3억 8500만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늦게나마 영끌로 집을 마련해야 하는 대출자일수록 변동형보다 고정형을 택해야 하는 대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관망세가 길어지고 있고, 스트레스DSR 적용에 금리도 높다보니 투자용보다 실거주 목적의 예비 차주들이 금리추이를 보면서 주택을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모기지 대신 은행의 일반 주담대를 이용해야 하는 실수요자들로선 금리가 낮은 고정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