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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세계화➁] 물 건넌 ‘K회식’, 베트남도 ‘이슬 회오리’

2024-06-19 10:06 | 이미미 기자 | buzacat59@mediapen.com
[하노이=이미미 미디어펜 기자]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삼삼오오 무리 지은 젊은이들이 골목을 채우기 시작했다. 한 명이 ‘진로’ 소주병을 흔들어 회오리를 만들자 다른 7명의 동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회식 자리도 눈에 띄었다. 

서울 을지로나 종로 일대가 아닌, 지난 13일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의 모습이다. 

지난 6월12일 베트남 하노이 진로BBQ에서 회식을 하던 현지 소비자가 진로 소주로 회오리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이미미 기자


지난 6월12일 베트남 하노이 진로BBQ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과일소주와 진로를 즐기고 있다./사진=이미미 기자




이날 기자단은 베트남 현지시각 오후 6시경 현지 주류시장 탐방을 위해 하노이에 위치한 타히엔 거리(Ta Hien Street), 이른바 맥주거리를 찾았다. 

최근 6년간 하이트진로 소주 수출량은 연평균 약 15%씩 증가했다. 기자단의 관심도 하이트진로 소주의 해외 인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데 쏠렸다. 

다만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우리 술이 생각보다 없을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특정 식당을 섭외해 방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팩트체크’는 성공적이었다. 하노이 맥주거리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몰리는 중심 골목에 들어서자, 하이트진로 과일소주나 칼스버그 맥주 등 우리 눈에 익은 술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이트진로 대표 캐릭터 ‘두껍’ 티셔츠를 입고 술집마다 돌아다니는 현지인 영업사원들도 만날 수 있었다. 

친구들과 진로 소주를 마시던 레티튀항(Le Thi Thuy Hang·22·여)씨는 “음식점 외에 피크닉을 가서 요쿠르트와 섞어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동창 3명과 모인 후이(Huy·25·남)씨도 진로 소주로 친구들과 연신 잔을 부딪쳤다. 현지 마트 계산대에서 근무 중인 36세 프엉(Phương·여)씨도 “친구들과 자주 소주를 즐긴다”며 “청포도에 이슬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 주점에서 하이트진로 과일소주를 즐기는 현지 2030 여성 소비자들./사진=이미미 기자



베트남에서 소주는 병당 약 7000원으로 한국(5000원)보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1인당 1병씩’ 들고 마치 샴페인처럼 자랑하며 소주를 마시는 문화까지 형성됐다. 실제로 이날 식당에서 단체 티셔츠를 입고 ‘회오리 소주’를 만들던 회식팀 8명도 각자 자리에 소주가 1병씩 놓여 있었다.  

진로 소주가 하노이 맥주거리와 종로3가 포차거리를 겹쳐 보이게 만든 셈이다. 풍경과 언어는 다르지만 ‘소주’ 한 잔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것. 하이트진로가 올해 100주년을 맞아 선포한 ‘진로(JINRO)의 대중화’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현지법인은 2015년 설립했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 소주세계화 선포 이후, 성장가능성과 국가 상징성 등을 고려해 ‘우선 공략국가’를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소주 영업을 해왔다. 미국과 중국·영국·태국·캄보디아·필리핀과 함께 베트남이 우선 공략국가 8개국에 포함됐다.  

현재 우선공략국가는 베트남 포함 17개로 대폭 늘었다. 하이트진로 전체 수출국은 80개국에 달한다. 

베트남 하노이 대형 슈퍼마켓 후지마트에 하이트진로 과일소주들이 진열돼있다./사진=이미미 기자



하이트진로는 올해 100주년을 맞아 베트남 공략 전략에도 변화를 준다. 기존 과일소주의 인기를 지속하면서, 레귤러 소주(진로) 역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만들 계획이다. 

유흥(On) 채널은 각 업소를 돌며 테이블마다 ‘진로(JINRO)’를 권유하고 게임을 통해 상품을 제공한다. 특히 상품으로 제공하는 진로 두껍 굿즈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현지 소비자에게도 반응이 좋다. 가정(Off) 채널에서는 마트를 찾는 소비자 대상으로 시음을 권유하는 등이다. 

신규 개점하는 매장에는 ‘진로(JINRO)’를 주류매대 중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 베트남은 해마다 체인형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레귤러 소주의 맛이 생소한 소비자를 위해 여러 가지 음료수와 혼합한 형태로 시음을 권유하며 ‘경험’과 함께 ‘진로(JINRO)’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게 한다”며 “최종적으로는 베트남 소비자도 한국인이 즐기는 음주 방식으로 한식, 현지식과 음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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