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형 주택담보대출 '보금자리론'의 인기가 크게 시들해졌다. 올해 4월까지 신규 공급액이 약 2조원대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6조 8000억원대에 견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해 주택가격 최대 9억원의 물건에 소득 기준과 무관하게 정책모기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특례보금자리론'이 큰 흥행을 거뒀는데, 올해 기존의 보금자리론으로 회귀하면서 다시금 신청이 까다로워진 게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형 주택담보대출 '보금자리론'의 인기가 크게 시들해졌다. 올해 4월까지 신규 공급액이 약 2조원대에 그쳤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6조 8000억원대에 견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담대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금리가 최저 연 2.9%대까지 하락한 반면, 보금자리론은 각종 우대금리를 최대한 반영하더라도 최저 연 3.05%에 달해 최대 장점으로 꼽히던 '금리'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모습이다.
20일 주금공 및 주금공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금공이 신규 공급한 보금자리론 규모는 2조 1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 8323억원 대비 약 8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1년새 보금자리론 인기가 시들해진 건 '신청요건'이 다시금 강화된 까닭으로 해석된다. 주금공은 지난해 기존 보금자리론에 각종 기준을 완화한 '특례보금자리론'을 선보이며, 역대급 공급액을 기록했다.
KB시세 기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매할 때 소득과 무관하게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했고, 대출만기도 최장 50년까지 늘린 까닭이다. 또 주담대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신 DTI·LTV 만을 규제요건으로 삼고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공급이 이뤄졌다.
이에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액은 43조 9112억원(2022년 말 보금자리론 신청분 포함 추정액 반영)을 기록했다. 이는 금리가 2~3%대에 불과했던 2020년 36조 3735억원, 2021년 23조 3409억원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은 실적이다.
하지만 올들어 특례보금자리론에서 기존의 보금자리론으로 회귀하면서 신청요건도 다시 까다로워졌다. 현재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담보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일 때 이용할 수 있다. 대출한도는 최대 3억 6000만원이다. '서민층의 보금자리 마련'이라는 기존 정책모기지의 취지대로 대출 신청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대출금리'도 최근에는 시중은행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4월 고시된 보금자리론의 금리를 살펴보면 연 3.25~4.45%를 기록했는데, 올해 4월 고시금리도 연 3.05~4.35%로 집계되며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고시한 6월 금리도 연 3.05~4.35%로 4월부터 쭉 동결 상태다.
반면 시중은행은 당국의 구두압박에 못 이겨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담대를 연이어 내놓고 금리도 줄인하했다. 지난해 거듭된 고금리 위기 여파로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가 최저 5%대부터 최고 8%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최근 득세하는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2.98~5.62%로 집계됐다. 금리하단이 보금자리론보다 약 0.07%p 낮게 된 셈이다.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서민층을 비롯 보금자리론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중상층 이상의 수요자들로선 은행에 몰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보금자리론 금리가 크게 낮아지길 바라는 건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져 시장금리가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다. 더불어 저원가성 자금 운용 및 은행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은행권이나 주택청약예금·국민주택채권을 운용하는 주택도시기금과 달리, 주금공은 모든 대출재원을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에 의존해야 하는 까닭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금공은 MBS 20년, 30년물을 조달해 운영하는 만큼, MBS 조달금리가 많이 개선돼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최근 1~2주 사이 국고채 금리가 많이 내려가고 있는데, (금리를 최대한 인하하더라도) 그 정도 폭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고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내려야 궁극적으로 보금자리론 금리도 기존보다 다소 안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보금자리론이 다시금 흥행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시중은행 주담대에 스트레스DSR 2단계가 다음달 중 본격 가동될 예정인 까닭이다.
스트레스 DSR는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인 인상 폭까지 더한 가산금리를 적용한 것이다. 현재 시행 중인 1단계는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의 25%를 적용 중인데, 앞으로 2단계에서는 비율이 50%로 크게 상향적용돼 대출한도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