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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슬기로운' 의사,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들, 어디에 있나

2024-06-21 16:00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미디어펜=석명 연예스포츠팀장]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제작을 다 마쳐놓고도 방영을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한만국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의료계 사태, 이른바 '의정 갈등' 때문이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시즌 1, 2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tvN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다.

병원과 의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많이 만들어져왔는데, '슬기로운 의사 생활'은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인간미와 훈훈한 정이 느껴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심으로 환자를 돌보는 종합병원 교수와 전공의들의 병원 생활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즐겨 보며 지지를 보냈던 시청자들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전할 또다른 감동을 기대하며 방영을 기댜려왔을텐데, 언제 드라마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tvN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5월 편성이 예정돼 있었지만 '사정'에 의해 방영이 무기힌 연기된 상태다. 그 '사정'은 바로 의정 갈등이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사진=tvN 제공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이에 반발한 의사들이 집단 휴진 등으로 단체행동에 나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의사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부터 늘리는 것은 오히려 의료의 질을 떨어트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며 결사 반대하고 있는 의사단체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의정 갈등의 불똥이 방영을 앞뒀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에 튄 것이다.

정부나 의사계, 양 측 모두 각자의 명분과 논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정원 확대를 더 많이 지지하고, 집단 휴진 등 의료파업의 책임은 정부보다 의사들이 더 많다는 쪽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의대 정원 확대를 잘된 일이라고 보는가, 잘못된 일이라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 66%가 '잘된 일'이라고 답했다. 전공의들의 사직이나 집단 휴직 등 의사계의 반발에 대해서도 '의사들 책임이 더 크다'는 응답이 48%로 '정부 책임이 더 크다'고 답한 38%보다 높았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드라마 방영이 연기된 것만 봐도 여론이 어느 쪽으로 흐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드라마를 방영하지 못하는 이유가, 드라마에 필연적으로 담겼을 '의사 미화'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한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의사는, 또는 의료행위는 미화되면 안되는가. 의사(전공의)를 다루는 드라마가 왜 현 시점에서 방영되면 안되는가.

아픈 병을 고쳐주고,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과 의료행위는 칭찬받고 미화돼야 마땅하다.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수많은 엘리트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입학하려는 것은 그만큼 의료행위 자체가 숭고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사들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드라마가 '나쁜 드라마'일 리는 없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 포스터. /사진=tvN 제공



그런데도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방영을 미루고 또 미루고 있다.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본질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그 무엇보다 환자를 떠난 의사에 대한 실망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 곁에 의사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가.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주인공 가운데 한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확률이 아주 낮지만 제로는 아니니까 그 확률에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환자나 그 가족들이 무엇보다 듣고 싶은 말일 것이다.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 이런 말을 해줄 사람도 없고, 의료 공백은 그런 환자들의 확률을 제로로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들은 어디에 있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들은 어디에 있나. 언젠가는 환자가 될 수 있는 '예비 환자'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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