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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탄쿠르 징계 거론에 화들짝, 재차 사과 "손흥민 우정으로 이해, 불쾌감 느낀 분들께 사과"

2024-06-22 09:53 | 석명 부국장 | yoonbbada@hanmail.net
[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에게 인종 차별성 발언을 한 토트넘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우루과이)가 급했나 보다. 손흥민에게 사과하고, 손흥민이 용서해준 것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다 자신에 대한 징계가 거론되는 등 상황이 심상찮게 흘러가자 다시 사과문을 올렸다.

벤탄쿠르는 22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개인 SNS(인스타그램)에 "모든 팬 여러분과 나를 팔로우 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싶다(내 뜻을 전하고 싶다). 다른 사람이 아닌, 손흥민에 대해 언급했던 인터뷰 후 손흥민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깊은 우정을 바탕으로 안타까운 오해였다는 것을 이해했다. 내 친구와 함께 모든 것이 명확하게 해결됐다"고 문제가 됐던 발언과 관련해 손흥민과 대화하며 오해를 풀었다고 했다.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데 대해 재차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벤탄쿠르 SNS



이어 그는 "내 말로 인해 불쾌함을 느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 다만, 알아줬으면 하는 점도 있다. 나는 결단코, 절대, 다른 사람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직 손흥민을 향해 한 말이었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그 누구도 불쾌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난 모두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벤탄쿠르가 이렇게 거듭 사과를 한 것은 그의 인종차별 발언 논란이 1차 사과 및 손흥민의 대인배적인 용서에도 가라앉지 않고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 국가대표인 벤탄쿠르는 지난 14일 우루과이의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 줄 수 있는지 묻는 진행자 질문에 "쏘니? 어쩌면 그의 사촌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말했다.

동양인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한 이 말은 인종차별에 해당돼 금기시 된다. 이 발언이 알려진 후 당연히 벤탄쿠루에게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에 "쏘니, 내 형제!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그건 정말 그냥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않나. 난 절대 너를 무시하거나 너와 다른 어떤 누구도 상처받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사랑한다 형제"라고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나쁜 농담'일 뿐이었다고 해명하며 손흥민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벤탄쿠르가 이 사과문을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데다, 이후 그의 행보에서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논란이 계속됐다. 해외 언론은 물론 스포츠계의 차별 금지 운동을 하는 국제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까지 나서 벤탄쿠르를 비판했다.

손흥민이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고 감싸주는 글을 올렸다. /사진=토트넘, 손흥민 SNS



논란이 확산되자 손흥민이 직접 나서 벤탄쿠르를 감쌌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에 "Lolo(벤탄쿠르)와 얘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했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며 내게 사과했다. 그는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의도적인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지나간 일이며, 우리는 단합했다. 다가올 프리시즌에 우리는 다시 하나로 뭉쳐 우리 팀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토트넘 구단도 손흥민의 SNS 게시글이 올라온 후 처음 공식적인 입장을 내고 선수단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제 논란은 가라앉을 것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영국축구협회(FA)가 벤탄쿠르에 대한 징계를 검토한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도 벤탄쿠르의 발언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EPL 측은 22일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하는 SNS 글과 토트넘 구단의 반응을 공유하면서  “프리미어리그와 각 구단들은 모든 차별에 대해 맞서고 있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구단, 선수, 스태프들이 차별적 학대에 대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지를 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벤탄쿠프의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성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사진=EPL 공식 SNS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벤탄쿠르는 거듭 사과문을 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도 그렇다. 벤탄쿠르는 친한 동료 사이에 농담으로 한 말이었을 뿐 인종차별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해명을 했지만, 이미 비슷한 일로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이 있다. 

5년 전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는 SNS에 흑인 동료 벤자맹 멘디를 장난스럽게 묘사했다가 1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에딘손 카바니도 2000년 친구에게 친근함을 과시하며 흑인 비하에 해당하는 표현을 썼다가 3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다.

징계와는 별도로 이번 벤탄쿠르의 2차 사과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인종차별 발언에 대한 인식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손흥민과 워낙 친하다 보니 한 말이고, 손흥민 외에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고, 손흥민이 용서했으니 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린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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