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사고가 발생한 지 14일로 10일째가 됐다.
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이 해상과 육상, 공중에서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승선 인원 21명(추정) 중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6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 돌고래호 전복 10일, 실종자 줄었지만 원인규명 제자리/YTN뉴스영상 캡처 |
해경은 돌고래호 사고 원인에 대해 엔진이 꺼진 뒤 너울이 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선체 합동감식이 미뤄지면서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출항부터 사고 발생 그리고 구조까지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는 5일 추자도에서 낚시를 즐긴 관광객 등을 태우고 오후 7시께 추자 신양항에서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겠다고 출항 신고했다.
그러나 강한 비바람과 2∼3m 높이의 높은 파도가 문제였다.
돌고래호는 오후 7시 38분 선장 김철수씨(사망)가 추자항에서 출항해 남성항으로 가던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와의 통화에서 "잠시만!"이라며 다급하게 남긴 말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 기록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1분 뒤인 오후 7시 39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이었다.
오후 8시 25분께 돌고래1호 선장 정씨로부터 돌고래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은 제주해경 추자안전센터는 돌고래호의 V-PASS 항적을 확인하고 선장과 탑승객과의 연락이 두절된 것을 확인하고 난 뒤 사고로 추정, 오후 9시 3분께 제주해경 상황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제주해경 상황센터는 사고를 접수한 뒤 현장에 경비함정 등을 보내 수색을 벌이기 시작했다.
돌고래호는 통신이 끊긴 뒤 11시간 가까이 지난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남서쪽 무인도 섬생이섬 남쪽 1.1㎞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연안복합어선 흥성호(9.77t)가 우연히 인근 해상을 지나다가 돌고래호를 발견, 배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김모(47)씨 등 승선자 3명을 구조했다.
사망·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이 11시간 동안 물에 빠진 승객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 어선이 생존자를 구조한 점 등을 지적하며 사고대책위원회를 꾸려 실종자 수색·구조 과정의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밤낮없는 육해공 다각도 수색…사망자 12명 수습
실종자 수색은 해상과 육상, 공중에서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해상에서는 해경 함정과 해군 함정, 관공선, 어선 등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해경과 해군 잠수사들은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추자도 부속 도서(40개) 등을 수색한 데 이어 11일부터는 실종자가 해상에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면 위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실종자가 수중에 표류할 가능성에 대비, 저인망 어선도 동원됐다.
해경과 해군, 공군, 경찰 항공기도 투입돼 외곽까지 광범위하게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제주시는 14일부터 해안 절벽 등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수색하는 데 드론을 투입했다.
추자도와 제주도 본섬 육상에서는 민·관·군 600여명이 해안을 수색하고 있다. 전남 진도와 완도 일대 해안에서도 육상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야간에도 조명탄과 함정 조명 등으로 어둠을 밝혀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해경은 돌고래호 탑승자를 21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 가운데 14일 오후 현재까지 12명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3명은 구조됐다. 6명은 실종 상태다.
사망자 12명은 모두 추자도에서 멀지 않은 해상에서 발견됐다.
10명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6일 발견됐으며 11번째 사망자는 사고 발생 7일째인 지난 10일, 12번째 사망자는 사고 발생 10일째인 14일 각각 수습됐다.
실종자 집중 수색은 돌고래호 실종·사망자 가족대책위원회와 해경 등이 협의한 대로 앞으로 2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사고 원인 수사 '제자리걸음'
돌고래호 전복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는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9일 인양한 돌고래호 선체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선박안전기술공단과의 합동 감식이 이번 주 말 또는 다음 주 초께로 잠정 연기됐기 때문이다.
해경은 생존자 3명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엔진 내부 결함, 불량 연료유 사용, 침수 여부 등 사고 당시 엔진의 상태를 밝히는 것이 감식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고 당시 추자도 해역에는 비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게 치는 상황이었는데, 큰 파도가 칠 때 엔진 정지 여부는 선박 전복사고에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자 박모(38)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상 이동 중 잠들어 있었는데 배의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이후 배가 뒤집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경은 이에 따라 엔진이 멈춘 부분을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엔진 분야 전문가를 합동감식에 추가시키기로 하고 해난안전심판원에 전문가 추천을 요청해둔 상태다.
신양항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 앞에 옮겨진 돌고래호 선체는 파란색 방수포로 덮인 채 보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