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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디오르나인 미분양 사태①-'13억' 오피스텔]안강그룹의 '아픈 손가락'…2년째 주인 못찾아

2024-06-25 14:14 |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산에 사업주체는 도산하고, 수분양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에서는 시행사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해당 시행사를 믿고 미분양 회사보유분을 전세 계약한 실소유주들은 보증금을 고스란히 떼일 판이다. 시행과 시공을 겸하고 있는 안강그룹이 야심차게 선보인 오피스텔 '판교 디오르나인'도 2년째 미분양 상태다. 입주가 임박한 상황에 안강그룹이 꺼낸 카드는 '전세‧환매' 조건이다. 사실상 할인분양에 나선 판교 디오르나인의 분양현황과 '전세‧환매' 계약의 리스크 요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판교 디오르나인 미분양 사태①-'13억' 오피스텔]안강그룹의 '아픈 손가락'…2년째 주인 못찾아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안강그룹은 지난 2022년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지 일대에 오피스텔 '판교 디오르나인'을 선보였다. 최고급 오피스텔을 표방한 판교 디오르나인은 안강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모집공고 기준 이달 입주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하며 '악성 미분양 오피스텔'로 낙인 찍힐 위기다. 고분양가, 원룸형 중앙통로, 불편한 교통, 부족한 인프라 등이 미분양 원인으로 꼽힌다.

안강개발이 시행하고 안강건설이 시공 중인 '판교 디오르나인'./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 개시 2년 지났지만 '미분양'…입주지연 우려
 
25일 미디어펜 확인 결과, 판교 디오르나인은 6월 기준 전체 118개 호실 중 약 40%를 미분양 물량으로 남기고 있다. 판교 디오르나인 한 분양관계자는 "(6월) 현재 분양률은 60% 정도"라며 "(남은 40%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 디오르나인은 경기도 성남 대장지구 일대에 신축하고 있는 오피스텔이다. A동 62실, B동 56실, 전용면적 84㎡ 단일면적으로 구성됐다. 안강그룹 계열사인 안강건설과 안강개발이 각각 시공과 시행을 맡았다.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 2022년 8월 청약 접수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저조했다. A동과 B동에서 각각 27실 미달됐다. 전체 118실 중 약 45%에 달하는 54실이 미분양으로 남겨진 것이다.

현재 미분양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초 청약 접수 이후 2년이 지났음에도 40% 가까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관계자의 설명이다.

판교 디오르나인 모집공고문에 명시된 입주예정일은 2024년 6월이다. 하지만 6월 현재 현장 확인 결과 외부는 물론 내부 공사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입주지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분양관계자는 “(입주는) 7월 17일 예정으로 알고 있다. 더 늦어질 수 있는 데 7월말이나 8월초에는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입주지연에 따른 수분양자들과 안강그룹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최근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의 수분양자들은 입주예정일(2024년 2월)을 3개월 초과한 상황에서 "사업주체가 무리한 공사를 진행해 부실시공이 우려된다"며 분양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의왕스마트시티 퀀텀은 판교 디오르나인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다.

◆'럭셔리 오피스텔' 강조하더니중앙통로는 원룸형 오피스텔?

안강그룹은 판교 디오르나인을 ‘럭셔리한 주거명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판교 디오르나인 한 분양관계자는 공사 현장에 마련된 전시주택(구경하는 집)을 보여주며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설계)한 주방, 2.6m에 달하는 높은 천장고, 통유리를 통한 개방감 등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분양 관계자가 건네준 홍보물에는 조식 제공, 세탁 서비스(주 1회), 바닥·욕실·주방 청소(주 1회)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 내용도 담겼다.

판교 디오르나인(오른쪽) 길 건너편에는 오피스텔과 주차장 건물이 세워질 예정이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하지만 업계에서는 판교디오르나인의 중앙통로 설계부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시행사 관계자는 “현관 앞 중앙통로만 해도 13억 원이 넘는 오피스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을 살펴 보니 소형 원룸형 오피스텔처럼 현관문들이 긴 중앙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형태였다. 맞은 편 호실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사생활 침해도 우려되는 설계 구조다.

일부 호실 조망도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다. 왕복 7차선 도로를 접해 시야가 트인 동편 호실과 달리 단지 서편에 위치한 호실들은 대리석 조망이다.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 관계자는 "판교 디오르나인 서쪽에는 또다른 오피스텔과 주차빌딩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판교 디오르나인과는 폭 5m가량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대장지구 개발이 미진해 대형마트, 상급병원 등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인근 미금역이나 판교역으로 가야 하는데 대중교통도 양호하지 못하다. 단지 바로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미금역까지 10분 안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버스가 15분에서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또한 판교 디오르나인에서 판교역을 가려면 단지 건너편 정류장을 이용해 30분가량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판교 디오르나인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사는 “그동안 트램, 3호선 연장 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며 “현재로서 대장지구는 차가 없으면 살기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13억' 넘는 고분양가 논란…유상 옵션비도 2000만 원

무엇보다 판교 디오르나인이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주요 원인은 최고 13억2000만 원에 달하는 높은 분양가다.

천장형 공기청정기·전열교환기(242만 원), 현관클린시스템·중문(297만 원), 인테리어 패키지(374만 원), 주방가전 패키지(550만 원) 등 유상옵션 비용도 2000만 원(이상 B1 타입 기준) 넘게 추가된다.

판교 디오르나인 분양을 고민 중인 40대 여성은 "판교 대장지구에 들어서는 고급 오피스텔이라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며 "이 정도 금액이면 용인 수지 내 신축급 아파트를 구매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판교 디오르나인 건너편 인도에 조성된 분양 상담 부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도 너무 높다는 평가다. 해당 오피스텔 근처에 위치한 판교풍경채어바니티 5단지 84㎡는 지난 14일 11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오피스텔 북쪽에 자리한 판교풍경채어바니티 7단지 84㎡도 지난달 10억3000만 원에 팔렸다. 

대장지구 내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과 오피스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판교 디오르나인의 미분양 해소가 더딜수록 안강그룹의 재무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홍보관 한 관계자도 "판교 디오르나인은 안강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펜은 판교 디오르나인의 미분양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안강그룹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공문까지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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