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내달부터 17조 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와 함께 생태계 펀드조성 금액 1조 원을 편성해 국내 반도체 시장에 활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클린룸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원활한 투자와 자금 조달을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기업에 최저 수준 금리로 17조 원 규모의 대출을 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와야하는 삼성전자는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선 이미 산업은행과 물밑 조율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시각이 제기되는 이유는 하반기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통과하고 납품 비율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날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부회장의 주재 하에 열린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전 부회장이 '핀셋' 전략을 주문한 만큼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전 부회장은 회의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 방향성을 강조하며 잘 대응하면 반도체 사업에서 다시 없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업부장들은 매크로 극복 전략, 사업 실적 현황·전망, 내년 사업 계획 등을 교환했다.
SK하이닉스도 이 같은 정부의 저리 대출 지원책을 배제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은 물론 주름잡은 시장 주도권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4세대), HBM3E(5세대)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프로그램이 가동되면 국내 중소 반도체 기업까지 설비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가 수월해지고, 이에 따른 안정적 생태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위탁생산할 파운드리와 공정을 마무리하는 백엔드(후공정·OSAT) 중소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룰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글로벌 기업이 있으나 메모리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보다 3배 이상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대기업을 제외한 세계적 토종 팹리스가 없는 이유로 성장할 토양 마련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이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 단단히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길 바란다"며 "투자금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끼리도 전략적으로 함께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