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한동훈-이재명이라는 유력후보를 지원하는 '팬덤정치'가 논란의 중심에 선 모습이다. 이 때문에 정치 양극화가 전당대회 종료 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원하는 팬카페인 '워드후니' 회원 수는 이날 현재 8만5094명이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 회원수는 20만5975명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 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두 카페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소속 회원들에게 사실상 선거운동에 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위드후니 측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한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의 이름을 내걸고 있다. 세 의원 모두 한 전 비대위원장의 '러닝메이트'로 불리는 인사들로 모두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재명이네마을에서는 최근 이재명 전 대표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쓴 책인 '밥을 지어요'를 사자는 운동이 펼쳐졌다. 친민주당 유튜브 채널인 ‘새날’은 지난 25일 커뮤니티란에 "일주일에 3~4번 재판에 나가는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며 "이 대표 사정이 녹록치 않다. 책 구입을 통해서라도 돕자"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이 올라온 배경으로 변호사비는 물론 수천만원에 달하는 선거 기탁금을 대신 마련해주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각 당 내부에서도 팬덤 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당권 경쟁 후보인 나경원 의원은 지난 24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프로그램에 출연해 "팬덤에 끌려가서는 우리 정치가 계속 극단화될 수밖에 없고 그건 미래가 없는 정치가 된다"며 "한 전 비대위원장의 팬덤에는 현재 우리 당원들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내 선거는 보통 당원들이 한꺼번에 참여하는 만큼 '가변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며 "독주 체제 마련을 위한 팬덤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과 이 전 대표 모두 차기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극단적 팬덤정치는 최소한 차기 대선이 있는 2027년 3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온다.
팬덤정치가 인기도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결국 우리 정치의 건강성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독버섯'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는 정당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아주 큰 이벤트"라며 "당원들의 축제가 돼야 하고고 국민의 눈에도 (전당대회 과정이) 건강하게 비치면서 당의 지지율 제고 등의 결과가 나타나야 되는데 팬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 정치 양극화 속 전형적인 전당대회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당이라하면 다양성과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한데 팬덤 중심으로 당원 성격이 변질돼 가면서 민주적인 요소들이 전부 다 없어지는 것 같다"며 " 국민 전체 문제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정치 전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