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7일 공개된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진표 전 의장과의 독대에서 "이태원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문을 내고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특히, 차선 한 개만 개방해도 인도의 인파 압력이 떨어져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차선을 열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실은 "사고 당일 민주노총의 광화문 시위 때에도 차선을 열며 인파를 관리했었다"며 "참고로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 인사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4.1.3 /사진=대통령실 제공
앞서 이와 관련해 김 전 의장은 자신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 이태원 사고가 일어난 2022년 12월 5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장은 회고록에서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는 국가와 지방단체가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사고 예방 노력을 하게 돼 있다"며 "대통령에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회고록에서 "윤 대통령이 '그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장은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회고록에서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며 "극우 유튜버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 대통령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며 "나는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