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일계 CDMO(위탁개발생산)기업인 'IDT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면서 외형 확장에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7일 간담회를 열고 인수 배경과 향후 방향성에 대한 의의를 밝혔다. 최근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이 활발한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참전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의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회사 IDT 바이오로지카 지분 인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6560억 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IDT바이오로지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IDT바이오로지카는 독일 클로케 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CDMO전문회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기업 인수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IDT바이오로지카의 지분 60%를 취득했다고 전했다. 인수가액은 약 3390억 원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에 설립된 100% 자회사를 통해 클로케 그룹이 보유한 IDT바이오로지카 구주 일부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된 7500만 유로(한화 약 1120억 원)의 신주를 취득한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인수배경에는 본사의 송도 이전에 앞서 R&D(연구개발)인프라 확보, 글로벌 공급망 확장, 포트폴리오 확장 등의 이유가 거론된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에 완성된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실적 면에서도 적자 기조였지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분기 기준 1조2533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인수에 대한 현금 유동에는 애초에 무리가 아니었고,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지는 적자기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인수되는 IDT바이오로지카도 지난해 영업손실 147억 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외형확장 의지와 IDT바이오로지카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이번 인수는 서로에게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분석된다.
이번 인수로 인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즉각적으로 2배 수준의 매출 신장과 미국을 비롯한 유럽 시장의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선진 시장을 겨냥해 항암바이러스와 세포유전자치료제(GCT)등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USA 부스 전경./사진=연합뉴스
또한 이번 인수로 인해 국내 CDMO 사업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CDMO사업에 국내바이오기업들은 기회를 포착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많은 제약업체들의 참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차바이오그룹은 자회사로 CDMO사업 사업을 확대 중이다. 차바이오텍은 올해 3월 재생의료용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셀인셀즈와 연골질환 오가노이드치료제 계약을 체결해 CDMO 사업에 참전했다. 또한 미국 자회사 마티카바이오에서 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포주 마티맥스를 자체 개발하는 등 포트폴리오 확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근당은 자회사 경보제약을 통해 항체약물접합체 CDMO사업을 시작했으며, 한미약품도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홍보하는 등 CDMO 수주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C녹십자의 계열사 GC셀은 CDMO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신경쓰고 있다. GC셀은 올해 초 케이더블유바이오와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MCB)의 CDMO 계약을 체결해 CDMO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의 CDMO 사업 확장은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도 직결된다. 미국의 바이오보안법으로 인해 중국기업의 공백을 국내 바이오업계가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자 CDMO 사업은 가장 주목 받는 사업이 되고 있다. 앞서 바이오 USA 전시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기존 CDMO사업을 확장하고 있던 기업들이 경쟁력을 입증하며 확장세를 보인 것도 이와 연관된다.
특히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인수는 CDMO 사업 관련 최대 규모인 만큼 시장은 더욱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생물보안법과 연관해서 해당 법안의 영향을 받는 우시앱택 등 중국 CDMO 사업이 다른 업체로 갈 수 있다"며 "이런 상황과 관련된 반사이익을 IDT가 가져올 수 있을지도 심도 있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