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오는 8일부터 무임금·무노동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하더라도 대체 인력 등으로 생산에 큰 차질을 빚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삼성 사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왔지만,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과 유급휴가 등에 대한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날 노사는 전영현 신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참석한 첫 간담회를 개최했지만 이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최종 협상도 무산됐다.
노조 측은 올해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조합원에 대한 임금 인상, 유급휴가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전날 파업을 선언했다. 이 회사에서 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부터 파업을 시행한다고 밝혔으나 몇 명이나 참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며 "사측에선 최대한 생산라인에 차질을 빚지 않는 대책과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최대 규모로,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전삼노 조합원은 지난해 말 9000명 정도였으나 반년 만에 3배가 넘는 2만8000여 명까지 늘었다. 성과급(OPI) 지급률이 지난해 0%로 책정된 직후 조합원 수가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측이 무리한 파업 투쟁을 벌이는 건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해야하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차세대 D램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주도권 확보라는 주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월 HBM 12단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한 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 통과에 지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한시가 급하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약 444억 달러로, 인텔(512억 달러)과 엔비디아(492억 달러)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메모리 매출은 2022년 670억 달러 수준에서 34%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은 전사적으로 초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임원들은 현재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 속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결단인 셈이다. 반도체 부문 임원들은 올해 연봉도 동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HBM 후발 주자로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하는 상황인데, 노조가 발목을 잡으면 회사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며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어느 때보다 뭉쳐야할 때"라고 꼬집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