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4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금 급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을 긴급 소집했다.
당국은 은행권과의 간담회에서 각 은행이 연초 세운 경영목표 범위 내에서 대출을 내어줘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대출자(차주)의 매물 담보가치에 따라 돈을 내어주기보다 기존 당국이 추구했던 것처럼 차주 상환능력을 기반으로 대출심사 후 자금을 내어주라는 입장이다.
지난 4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금 급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을 긴급 소집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3일 이준수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 주재로 본원 9층 중회의실에서 17개 국내은행 부행장과 함께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원인을 점검하고, 하반기 관리방향 및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금융지원 운영현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간담회에서 이 부원장은 "최근 성급한 금리 하락 기대와 주택가격 상승 예상 등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개인사업자 및 가계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 관리 강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월 말 현재 0.40%로 지난해 말 0.35% 대비 약 0.05%p 상승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4월 말 0.61%를 기록해 지난해 말 0.48% 대비 약 0.13%p 상승했다.
이에 이 부원장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심각하게 보고, 은행권 가계대출을 조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날 이 부원장이 강조한 내용은 크게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 가계대출 증가율 유지 △DSR 규제의 내실화 및 확대 노력 △가계대출 관리실태 현장점검 등이다.
우선 당국은 가계대출이 거시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은행권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기 보다, 철저히 연초 설정한 각자의 경영목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을 공급할 것을 당부했다.
이 부원장은 "은행권은 최근의 일부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고 연초 각 은행이 설정한 자체 경영목표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목표증가율을 연간 2~3%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최근 목표치를 넘어선 은행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당국이 제동을 걸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 PF시장이 옥석 가리기를 통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사업성 평가를 차질 없이 엄밀하게 실시하겠다"며 "향후 주택시장 수급 개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취지처럼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은행들이 '담보가치'보다 '차주 상환능력'에 기반해 대출심사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 부원장은 "가계대출은 경기순응성 경감 차원에서 규모나 증가 속도 관리도 중요하다"면서도 "담보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내실 있는 DSR 심사 등을 통해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릴 수 있도록' 차주의 상환능력을 엄정하게 심사하는 관행 확립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은행은 현행 DSR 및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실제 영업점 창구에서 잘못 적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주기 바란다"며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차주 소득 등 상환능력을 파악해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전했다.
당국은 실제 은행 영업현장에서 지침이 잘 지켜지는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방향에 걸맞게 은행들이 지침을 지키는지 살펴보고, 점검결과 나타난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점검에서는 은행권 스트레스 DSR 등 대출규제 준수 여부,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 및 관리체계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이 같은 강경조치는 지난 4월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한 후 은행 주담대를 중심으로 거듭 빠른 증가세를 보인 까닭이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GDP 대비 93.5% 수준으로 2년 연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한 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총 가계대출은 3월 4조 9000억원 감소로 하락했는데, 4월 4조 1000억원 증가로 전환한 데 이어 5월에도 잠정치 기준 5조 4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은행 가계대출은 5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을 보였는데, 5월에만 6조원이 늘었다. 이는 올 1월 3조 4000억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당국은 최근 증가요인에 대해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 대출 공급, 은행권 대출 금리 하락,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중심 주택 거래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 주담대와 달리 신용대출을 비롯 2금융권 주담대는 특별한 증가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이 부원장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을 돕기 위한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이 은행 영업창구에서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집행되도록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표적으로 △저리 대환대출 △경락자금대출 LTV 완화 △DSR/DTI 적용 제외 등을 요청했다.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권 부행장들은 당국의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원장은 "금융당국도 관계부처·은행권과 함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90%대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고,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내실화·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기조를 확고히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