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4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금 급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을 긴급 소집했다.
금감원은 간담회를 앞두고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은행들을 전수 조사했는데, 은행들은 올 상반기 경영 목표치 대비 평균 50%대의 가계대출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당국의 예상치보다 더 많은 대출을 공급한 은행들이 다수 있었는데, 당국은 이날 은행들로부터 남은 하반기까지 연간 목표치 이내로 대출을 취급할 것을 확약받았다고 밝혔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국내 주요 은행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은행들이 올 상반기 경영 목표치 대비 평균 50%대의 주담대를 공급했다고 밝혔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금융 부원장은 3일 본원 9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은행권 가계부채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17개 국내은행 부행장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의 가계부채 현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관리방향 및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금융지원 운영현황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원장은 이날 간담회 개시 배경에 대해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분위기에 대해 나름대로 평가를 해보고, 은행들의 가계대출 영업 행태나 관리 측면에서 여러 당부의 말씀을 드리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1~2주 사이에 시장 분위기가 과열될 수 있는 조짐들이 있어서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조일 필요가 있다'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부원장은 은행권 부행장들도 당국의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또 각 은행이 설정한 경영 목표상 가계대출 지급 계획을 하반기에도 차질 없이 관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은행들로부터 상반기 대출 공급 현황을 수집했는데, 은행들은 올 상반기 평균적으로 50~60% 수준의 가계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별로 수치가 차등적이었는데, 일부 은행에서는 수요가 몰려 목표치(50%)를 초과한 곳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에서는 50% 미만인 곳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음주로 예정된 금감원의 은행권 현장점검에 대해 이 부원장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이제 (현장)점검을 나가는데, 스트레스 DSR는 2월부터 시행했는데 저희가 직접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본 적이 없다"며 "영업 현장에서 스트레스 DSR이 제대로 설정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들 경영목표 상 가계대출 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등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볼 예정이다"고 부연했다.
당국의 가계대출 점검이 다소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일별로 항상 가계대출 숫자를 체크하고 있고, 매달마다 (대출) 증가 요인도 분석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정 은행별로 대출 증가요인을 파악해 개별 은행과 면담·점검을 병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가계부채 문제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고, 우리 거시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오고 있는 이슈여서 저희 생각에는 '대응이 느렸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동안 주춤하다가 최근들어 반짝 증가세로 전환한 까닭이다. 당국은 '명목 GDP 성장률 범위 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에 따라 6월 통계치는 5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 정책성대출이 가계대출 폭증의 주 요인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책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아니라 국토부 산하에 있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중심의 상품 위주로 최근에 많이 늘고 있다"며 "그게(디딤돌대출·버팀목대출로 추정) 사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우리가 주무 당국이 아니기 때문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지 등에 대해서는 제가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면서 "최근 나타난 특징은 정책성 대출 외 은행 자체 주담대의 경우도 조금 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가계대출 폭증 주요인이 정책 모기지로 시작했지만, 주택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은행에서 자체 공급하는 주담대도 많은 영향을 줬음을 시사한다. 이에 이 부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권에 자체 공급하는 주담대의 완급조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은행들은 이번주부터 주요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주담대 감면 금리 폭을 최대 0.20%p 축소했고, KB국민은행도 이날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p 인상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인상이 당국의 개입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부원장은 "은행이 어떤 대출 상품이나 수신 상품 (금리를) 조정하면서 우리(금감원)랑 상의하지 않는다"며 "금융자유화를 하면서 금리는 자율화됐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금융회사가 정한다"고 답했다.
은행들의 일괄적 금리인상은 대출영업 과정에서 빚어진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급격히 불어난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별도의 규제를 새로이 도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금감원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금융위·한은·기재부, 필요하면 국토부 등이 조율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담대는 '부동산'으로 얽혀 관계기관의 입장에 따라 의견이 극명한 만큼, 협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