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 대행 거절에 대해 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의 갱신 거절에 관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청구 소송’을 제기(6월 20일)했으며, 그 보전 처분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을 제기(7월 2일)했다고 4일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오른쪽)./사진=고려아연·영풍 제공
영풍은 장기간 지속돼 온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의 갱신을 고려아연이 거절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성되는 부산물로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아연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계약 관계는 1년 단위로 갱신되면서 지난 20년간 유지돼왔다. 고려아연은 지난 4월 황산취급대행계약 기한을 2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영풍을 상대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다. 영풍은 이번 고려아연의 계약 갱신 거절의 이유는 경영권 분쟁에 있다고 보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거래거절 선언에 대해 수차례 내용증명 등을 통해 자사의 대체 설비 마련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더라도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고 최소한 7년 내외가 소요될 정도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에서 고려아연의 거래거절이 부당함을 밝히고 대체설비 마련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아연제련에 필수적인 황산수출설비의 공동사용 거부가 위법함을 밝혀낼 것”이라며 “고려아연이 지금이라도 황산수출대행 계약의 거절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협의의 장에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풍이 소송에 나서자 고려아연 측도 입장을 내놨다.
고려아연은 계약 갱신 거절에 대해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위험, 유해 화학물질 추가 관리에 따른 안전상 문제와 법적 리스크 △자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 따른 사용 공간 부족 등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를 전달했다.
고려아연은 계약상 사전통지로 계약 종료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영풍이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협의 요청을 하면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영풍 측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7년 이상이라는 비현실적인 유예기간을 요구했으며, 대체 시설 마련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고려아연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상 운송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탱크터미널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영풍에는 기존 동해항에 있는 황산탱크를 확대해 사용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영풍이 황산 운송과 저장에 따른 비용과 위험 부담을 고려아연에 지속해서 떠안기려 하고 있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고려아연도 온산 제련소 내 황산 저장 시설 노후화와 이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철거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2년간 온산제련소에서 총 5기의 황산 탱크를 철거한 바 있다. 게다가 고려아연 내에서도 보관·처리해야 할 황산의 양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영풍이 주장하는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거부터 최대주주인 영풍으로부터 고려아연이 부당하게 각종 위험물 처리와 부담을 떠넘겨 받는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하고는 거리가 먼 상황이 지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 스스로 황산의 처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최대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고려아연에게 그동안 떠넘겼던 것”이라며 “상장 기업으로서 만약의 사태를 전혀 대비하지 않는 경영 방식에 큰 의구심이 들며, 대주주란 이유로 당사에 책임과 의무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