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10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검토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 가능성을 시시한 발언을 놓고 야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후보가 당대표 연임에 나서면서 이른바 '우클릭' 전략을 내세운 것인데 중도 진영 확장을 노리면서 김두관 후보를 비롯한 경쟁 후보들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두관 후보 측 백왕순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를 놓고 "윤석열 정권이 7월말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부자감세를 전방위적인 공세로 펼치는 상황에서 민생과 복지에 힘써야할 민주당 대표 후보가 이에 편승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종부세의 근본적 재검토와 금투세 시행 유예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라며 이 후보를 겨냥해 "당대표 자격이 없다"고 까지 표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7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를 발표한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2024.7.10/사진=미디어펜
앞서 이 후보는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가진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종부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제도의 당초 목적, 목표, 한편으로 제도가 가져온 갈등과 마찰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근본적으로 거래세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하긴 어렵다"면서도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이런 상태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부과하는 게 정말 맞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당 지도부 내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토론회에서 "여러 이유로 당내에서 종부세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데, 당이 심각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분명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 후보의 금투세 유예를 시사하는 발언을 놓고서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 역시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후보가) 세수결손은 비판하면서 부자감세 기조와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에드벌룬을 띄워놓고 간보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맹공을 날렸다.
여당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놓고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중도층에게 점수 따면서도 '개딸'(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비난받지 않으려는 전형적인 게릴라식 치고 빠지는 전략"이라며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정책이란 것을 호떡 뒤집듯 얼마나 쉽고 가볍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당 내외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우클릭을 펼치는 배경에는 차기 대선 가도를 염두에 둔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가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가 당대표 재임 중 기본소득, 민생회복지원금 등 좌파적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민주당 지지층의 사기 위한 내부결속에 나선 반면 이번 당대표 연임은 오는 2027년 예정된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연장선상인 만큼 상대적으로 중도층에게 민감한 소재인 세금 문제를 들고 와 지지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재명 일극 체제 타파'를 외치며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지지자들을 포함한 중도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김두관 후보와 김지수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중도로 가면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좀 더 넓히려고 하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며 "중도층 마음을 사서 이른바 '김두관 바람'을 차단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