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연내 흑자전환과 IPO(기업상장)이라는 과제를 위해 재원 확보가 시급한 SK온이 계열사 합병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 내 계열사 정리를 통해 SK온이 미래 먹거리 주자로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합병을 통해 재원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SK온과 합병이 고려되고 있는 자회사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이다.
이번 합병의 최우선 목적은 재원 조달이다. 앞서 SK온은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이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의 개념으로 선진시장인 미국에 현지 공장 조성 등의 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왔으나, 올해는 흑자전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흑자전환 이후 SK온이 겨냥하고 있는 목표는 IPO다. 이를 위해 SK온은 지난 연말 인사 당시 이석희 사장을 대표에 앉히는 한 수를 뒀다. 이석희 사장은 앞서 SK하이닉스의 수장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바 있는데, 이를 SK온의 목표 달성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목표 달성이 요원하다. SK온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6836억 원, 영업손실 3315억 원이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38.2%, 영업손실은 18배(지난해 4분기 186억 원 손실) 증가한 수준이다.
모 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SK온의 지난 1분기 기준 부채는 23조4907억 원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부채 55조617억 원 절반 수준이다. 이에 더해 진행되고 있는 설비 투자 금액으로 인해 흑자전환 모멘텀이 앞당겨져야 하는 상황이다.
2024인터배터리 SK온 부스에서 관람객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이로 인해 찾은 묘수가 '합병'을 통한 재원 마련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 합병을 통해 그룹차원의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을 노린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자산 총액은 106조 원에 이른다. 시너지 효과도 겨냥한 명분도 있지만, 주된 목적은 '캐시카우'로 불리는 SK E&S의 현금 창출 능력으로 추정된다.
SK E&S는 2년 연속 매출 11조 원을 상회했으며, 영업이익은 1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SK그룹 내에서도 영업이익 기여도 상위권 수준이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이 수평적 합병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SK E&S의 현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을 통한 현금은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낙점된 SK온의 사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룹차원에서는 계열사 덜어내기로 군살을 제거한다는 명분도 있다.
또한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된 미래 사업 분야로 점찍은 주요 사업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계열사 규모 축소로 경영효율화에 나서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의 통합으로 투자 중복 요소를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과 합칠 계획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원유·석유 제품 트레이딩 기업이며, SK엔텀은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지난해 매출은 48조9630억 원, 영업이익 5746억 원이며, SK엔텀의 지난해 매출액은 2576억 원에 이른다. 세 곳의 자회사가 합쳐지면 SK온의 적자고리를 끊고, 연내 IPO라는 목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논의되는 이사회는 오는 17일 진행될 예정이다. 뒤이어 18일에는 SK그룹의 이사회가 열려 합병을 검토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