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과거 LG그룹의 홍보책임자이자 30여년간 LG에서 근무한 'LG맨' 정상국 전(前) 부사장이 LG 오너가의 상속 분쟁을 개탄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너가의 돈싸움으로 '인화의 LG'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평가다.
정 전 부사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LG그룹_주변이_어수선하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주요 계열사의 경영 실적이 그저 그래서도 그렇고, 시가 총액이 떨어져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너 가족 상속 분쟁 재판'이 1년도 넘게 이어지면서, 말이 많기도 하고 탈도 많다"고 남겼다.
과거 LG그룹의 홍보책임자이자 30여년간 LG에서 근무한 'LG맨' 정상국 전(前) 부사장이 LG 오너가의 상속 분쟁을 개탄하는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너가의 돈싸움으로 '인화의 LG'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LG그룹 각사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한 최고 경영자나 임원들 중에는 심지어 '가족 상속 분쟁' 때문에 부끄럽고 화가 치민다는 분들도 제법 계신다"며 "그동안 LG를 거쳐간 수많은 LG 임직원들의 피땀과 열정으로 이룬 '인화의 LG' 브랜드를 가족들끼리 상속 재산을 놓고서 돈 싸움이나 벌이다가 이렇게까지 망가뜨리다니 부끄럽고 화가 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가족들은 처음부터 양자인 구광모 대표는 LG그룹 회장이 되거나, 최대 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 쯤으로 여기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며 "그러던 중에 구본무 회장께서 돌아가셨고 상속도 마무리되고 4년이나 더 지난 시점에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고, 또 용납이 되지 않으니까. 재산 상속에 원천적 문제가 있다면서 법원에 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물론 뭐 인지상정(人之常情)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 남편이, 우리 아버지가 LG 회장이셨니까"라며 "하지만 윗대인 구자경 명예회장 입장에서 보면 구광모 대표나 두 자녀는 완전 '동격(同格)' 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부사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으로서는 장남의 손녀냐, 차남의 손자냐 하는 판단과 선택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자 구광모'를 고(故)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양하고, LG그룹의 후계자로 책봉(?)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가족들은 여전히 마치 본인들은 '기득권을 가진 성골'이고 구 대표는 '법통과 정통성이 약한 진골' 쯤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전 부사장은 LG그룹 원로들의 발언을 인용하며 강경한 의견을 이어갔다.
정 전 부사장에 따르면 LG 원로들은 "가족들이 제대로 경영 수업을 받은 적도 없는데 무슨 수로 경영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LG가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LG그룹 말아먹을 일이 있나?" "가족들이 뭐, 지저분한 사고도 많이 저지르고 하던데 그렇게 탐욕적인 생각을 갖고, 어떻게 바른 경영을 할 수 있겠나? 구 회장 사모님이 저러실 분이 아닌데, 왜 그러시는 걸까. 누가 옆에서 장난치면서 부추기고 있는 거 아냐. 사위인가 하는 그 친구도 영판 뭐 소문이 안 좋던데" 등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특히 정 부사장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의 말도 대신 전했다. 구 회장의 동생은 "아니, 나도 명색이 구자경 회장 딸인데, 뭐 변변히 받은 재산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아무 불만도 제기하지 않았다"며 "장자 승계가 우리 집안을 지탱해 온 훌륭한 전통이기도 하고, LG를 생각해서도 분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올케와 조카들은 미리 받은 증여와 상속으로 이미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셋이 합친 LG 지분이 무려 8%나 된다던가. 1조가 훨씬 넘는 엄청난 돈이다. 게다가 5000억 어치 재산도 따로 떼서 주고, 연경이는 LG복지재단 대표도 시켜 줬고 그 정도면 됐지. 무슨 지분이니 경영권이니 소송까지 하면서 과욕을 부리고"라며 "심지어 외신에 인터뷰까지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나. 솔직히 남부끄럽고 쪽팔려서 죽겠다. 완전 집안 망신이다.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됐는지, 참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광모 지분도 그래 봐야 15% 남짓 밖에 안 되는데"라는 말도 소개했다.
정 부사장은 글의 말미에 상속 과정의 얘기도 부연했다. 그는 "2018년 5월 20일 LG 구본무 회장님께서 돌아가셨다. 2018년 6월29일 (주)LG 구광모 대표가 LG 회장에 취임했으며, 11월 유족들끼리 모여 상속세를 어떻게 낼 것인지 협의하고 최종적으로, 구본무 회장님의 유지에 따른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합의 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12월14일 구자경 명예 회장께서 별세하셨다. 작년 2월28일 상속 절차가 종결된 지 4년 넘게 지난 시점에 세 모녀가 상속 재산 배분이 잘못됐다며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며 "지금까지 1년5개월 동안이나 상속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돌아가신 화담(和談) 구본무 회장께서 작금의 이 지경을 보시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라며 "LG그룹 홍보를 오랫동안 책임지고 있던 내가 이런 글까지 쓰게 될 줄은 정녕 예전에 미처 몰랐다"고 한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