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이 본격화됐다. 그동안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비대해진 조직에 대해 성장성이 높은 사업들을 골라내면서 군살 빼기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재원 마련까지 진행하고 있어 미래 성장동력 확보까지 병행하고 있다.
리밸런싱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혁신 전략도 리밸런싱 작업에 적극 반영될 전망이다.
◆SK이노·SK E&S 합병 승인…리밸런싱 ‘스타트’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양사 합병안이 의결됨에 따라 18일에는 최대주주인 SK㈜도 18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1.2로 정해졌다. 업계 내에서는 1대 2의 비율로 합병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양사의 몸값을 비슷한 수준으로 본 것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지분을 각각 34.45%, 9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에 따라 합병회사의 지분율은 60%대가 된다.
이번 양사의 합병은 SK온을 살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룹에서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은 미래 성장동력을 담당하고 있지만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앞으로도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 합병하면서 SK E&S의 자금력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시작되면서 SK그룹의 리밸런싱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먼저 SK온의 합병을 의결했다. SK그룹은 SK온을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 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과 합병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온은 원소재 확보 경쟁력 및 사업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K에코플랜트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인수 방안을 논의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산업용가스를 생산하는데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SK스퀘어는 손실이 발생하는 투자기업들에 대해서는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9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최태원 회장 혁신…AI·반도체로 모인다
SK그룹이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혁신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을 이끌면서 혁신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번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에서도 SK온이 실적이 부진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다른 계열사들이 SK온을 받쳐주는 전략이 반영됐다.
또 AI(인공지능)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양산과 납품을 시작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올라 AI, 반도체 관련 글로벌 협력에 나섰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나 AI 시대를 맞아 첨단 반도체 제조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또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과고 회동하면서 AI 관련 SK그룹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탐색했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SK는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며 “생명과학부터 AI까지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혁신은 SK그룹의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 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해 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5년간 HBM 등 AI 관련 사업분야에 82조 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총 103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창원 부회장도 그룹 리밸런싱 작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최 회장을 돕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말 그룹 최고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취임했으며, 군살 빼기와 체질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은 이제 시작 단계로 올해 내내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최 회장은 혁신을 기반으로 SK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온 만큼 이번 리밸런싱 역시 최 회장의 혁신 리더십이 적극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