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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가 ‘동네북?’…“횡재세 논란에 기름값 인상 자제까지"

2024-07-21 09:54 |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2분기 들어 정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횡재세 불씨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정유업체들에게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수익 확보는 더 어려워진 상태다. 정유업계는 이와 관련해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대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12.6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하고 나온 석유제품에서 원료비와 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결국 지난 2분기 정제마진으로는 정유업계가 공장을 돌려도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도 2분기 정유업체들의 실적을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S-OIL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81.2% 감소한 854 억원,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은 전분기 대비 85.5% 줄어든 86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GS칼텍스는 8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80.8%, HD현대오일빙크도 560억 원으로 81.7% 급감할 전망이다. 

이처럼 정유업계의 2분기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횡재세 불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횡재세는 정유업체들이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초과 이익을 얻었을 때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으로 횡재세 도입 움직임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다시 실적이 좋아질 경우 도입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어 정유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정유업계의 실적이 부진할 때에는 횡재세 얘기가 들어갔다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올리자 다시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최근 조용해졌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주문도 들어왔다. 지난 16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정유4사와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차관은 “4월 이후 물가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의 석유가격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도 과도한 가격 인상은 자제하고 석유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뜻을 함께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정유업체들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석유제품 공급가격 인상과 직영주유소의 판매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같은 정부의 요구는 정유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마땅한 대응책도 없는 실정이다. 정유업계의 수익성은 외부 요인인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의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외부 요인에 따라 실적이 좋은 때도 있지만 적자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횡재세 관련해서는 정유업계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 말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으며,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도 당연히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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