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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유엔서 미중일러 상대 '북핵 외교전' 펼친다

2015-09-17 17:0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내달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최근 4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특히 오는 25~28일 세계 주요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제 70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을 무대로 한 외교전도 주목된다.

이번 유엔총회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취임 후 첫 참석하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는 물론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의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다. 25일에는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따라서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 때 이뤄진 북핵 문제 논의가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진전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북핵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보다 강화된 대북제재 조치, 나아가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의미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이해 15일부터 시작되는 제70차 유엔총회에는 세계 각국 160여명 국가원수 및 정부 수반들이 대거 참석해 토의한다.

   
▲ 북한이 내달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맞춰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최근 4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특히 오는 25~28일 세계 주요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석하는 제 70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을 무대로 한 외교전도 주목된다./사진=미디어펜

박 대통령은 25~27일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개발정상회의에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7일에는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 오찬이 예정돼 있으며, 28일 유엔 평화활동 정상회의 일정에도 박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과 만날 기회가 있다.

28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회의에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주재하는 유엔 평화활동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전 세계가 직면한 외교·안보 문제 등에 대해 각국 정상들의 연설과 토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런 한반도 주요국 정상들의 외교 일정에 맞춰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접촉한 이후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해 16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을 가졌다.

황 본부장은 회담 직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의 위성발사는 공공연한 핵무기 개발의 연장선에서 핵무기 투발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험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강화된 대북제재를 언급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은 제대로 된 경제가 없기 때문에 제재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에서도 같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이 언급한 강화된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이란을 압박했던 ‘세컨더리 보이콧’ 즉, 특정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까지 금융제재를 하는 특단의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의회에도 일부 ‘세컨더리 보이콧’ 항목을 담은 입법안이 발의된 상태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하면 이 법안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2’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의 2094호 대북제재 결의안에 포함된 ‘트리거 조항’(trigger clause)에 따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든 핵 실험이든 추가 도발을 할 경우 추가제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번에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 경우 중국, 러시아 등 북한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과 직접적인 양자협상을 통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까지 대북 금융제재에 가담할 경우 북한의 통치자금줄이 막히는 등 강한 압박이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비판 여론을 내놓았다. 북한이 핵실험 가능성만 시사한 것인데도 중국 관영 매체들의 신속한 반응이 이례적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신화통신은 15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운영할 경우 미국 일본 한국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보도해 제재 주체로 한미일을 언급하했지만 중국 정부도 이에 동의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환추시보는 16일 ‘북한의 위성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은 악순환 초래’라는 사설을 싣고 ““북한이 이번에 ‘위성’을 발사한다면 안보리 제재를 받을 것이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4차 핵실험을 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며 “이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실망스러운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추시보는 또 “북한이 평화적으로 우주를 개발할 권리는 있겠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아닌 기상위성이라고 하는 (북한의) 주장이 국제사회, 특히 한미일 3국을 믿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객관적인 국제사회의 시선을 드러냈다.

북한은 지금까지 세차례 핵실험을 하면서 반드시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수반했다. 2006년엔 7월5일 대포동2호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같은 달 16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695호가 발표되고, 10월3일 북한 외무성 성명 이후 그달 9일 핵실험이 이뤄진 게 대표적이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한 2013년 2월 이후 그해 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던 로켓 발사대 높이를 기존의 50m에서 60m 이상으로 높였으며, 연료·산화제 등 발사 실험에 필요한 시설을 신축했다.

이제 은하 3호가 발사된 지 3년만에 북한은 또다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 중이다. 북한은 지난 7월 북한이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엔진 연소실험을 했으며, 주변에 남은 그을음 등을 볼 때 은하3호 로켓 추진체의 개량형일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한 바 있다.

이번에 박 대통령의 추석 연휴기간 북핵 외교전은 유엔을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모인 계기에 북핵 문제를 관심 있게 다룸으로써 북한 도발과 유엔 제재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기간 주요국들과 양자회담을 추진하지는 않았지만 각국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있는 만큼 앞서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 주석과 논의한 통일외교의 후속 실천인 셈이다.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 조치가 가시화된 상황에서도 북한이 내부 결속과 체재 과시를 위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실제로 북한은 17일 또다시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누구도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주적 권리 행사에 대해 시비할 수 없다”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 의지를 재표명했다.

북한은 “인공지구위성 발사와 핵 시험 의지를 천명한데 대해 목에 핏대를 세우는 미국은 공화국을 침략하기 위해 핵 타격 수단을 대량 남조선에 끌어들이고 있으며 남조선 군부도 사거리가 800㎞인 미사일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떠들고 있다”며 여전히 한국과 미국에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태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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