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전기차 시장 둔화와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미래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선의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백지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배터리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방산업 성장 둔화로 인해 배터리 업계의 현지 공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모터스)와의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의 3공장은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해당 공장은 총 5개 라인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둔화의 여파로 현재 3개 라인의 일정이 보류된 상태다. 얼티엄셀즈 3공장 투자 규모는 26억 달러(한화 약 3조6176억 원)수준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1단계 양산 후 연 생산규모 50GWh(기가와트시)에 달하는 공장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조절하면서 라인 일부를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처럼 배터리 업계의 전략 수정은 지난해 11월부터 기조를 보였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튀르키예의 코치그룹과 미국 포드와 세울 예정이었던 합작공장 계획을 철회하는 등 해외 공략에 대한 전략 수정을 거치고 있다. 미국 GM의 경우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5만 대 축소한 20만~25만 대 수준으로 재설정했다.
올해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시장 변화를 더욱 주시하고 있다. 올해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으로 인해 대외적인 변수가 큰 상황이다. 만일 올해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현재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한 IRA 정책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IRA 수혜를 받으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기에 이번 미국 대선은 향후 배터리 기업들의 경영 방향성을 판가름 지을 요소로 거론된다. IRA가 축소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대선은 국내 배터리와 전기차 기업 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주시하고 있다.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 X계정 게시물./사진=일론 머스크 X계정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활동 도중 피습 당했을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재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의 피습 당시 곧 바로 개인 X(구, 트위터)계정을 통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렸다. 전기차에 대해 회의적인 트럼프 후보에 대해 지지를 표하며 노선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행보였다.
하지만, 지난 1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펼쳐오던 정책과 다른 방향이 펼쳐질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큰 맥락에서 현재와 같은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로 가는 업계의 방향성이 속도가 줄어들 뿐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에서 투자를 유치해 놓은 지역은 사실상 지역 경제와 맞물려 있어 이를 철회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다. 다만 세부적인 조항의 변경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들도 앞서 현지 투자를 감행해왔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온의 경우 포드와 진행했던 블루오벌SK의 공장 건설이 연기되는 등 일부 수정을 진행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대선에 따른 영향에 있어서는 현재 정확히 결론지어진 것도 없어 답을 내놓을 수 없으나 대외 변수에 있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IRA법 등 미국 정부의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이 존재하긴 하나 국내 배터리 3사의 투자는 계속 확대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 정부 당시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투자 유치가 강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의 패러다임을 만든 정부고 이에 맞는 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IRA와 같은 바이든 정부가 지향해온 줄세우기 정책과 달리 우회적으로 미국기업에 투자하라는 접근을 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보다 강도 있는 미국 기업 우대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며 미국에 직접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을 내세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