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대표가 경영 시험대에 오른 이후 경영능력을 입증하면서 승계 구도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 서진석 대표는 임기 첫해의 부담과 우려를 씻고 신약 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진출 등의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사진=셀트리온
2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서 아버지인 서정진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수장으로 내공을 쌓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메인 트랙 발표자로 데뷔무대를 치른 서 대표는 현재까지 아버지 서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서 대표는 2세라는 이유외에도 차기 셀트리온을 이끌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4년생인 서 대표는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사업 분야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이후 2019년 셀트리온에 수석부사장을 맡으면서 램시마IV, 램시마SC, 트룩시마, 허쥬마, 유플라이마, 렉키로나 등의 주요 제품 개발과 동시에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임상, 허가를 총괄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2021년에는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 일원이 됐으며, 지난해 12월 통합 셀트리온 대표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한 서 대표는 올해 3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참석해 주총 데뷔무대를 마치기도 했다.
◆합병 여파 따른 실적…연내 개선 가능성↑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사진=셀트리온
신약 개발과 주요 제품군의 해외 사업 성과를 기반으로 밝은 전망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산적한 과제는 많은 상황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 가장 큰 숙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올해 2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907억 원, 영업이익 711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은 50.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1.1% 감소한 수치다. 합병에 따른 일시적 원가율 상승(재고효과), PPA(무형자산상각비) 상각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다만, 전분기 대비로 수치를 살펴보면 점차 실적 개선에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분기 전망치와 올해 1분기를 비교해보면 매출은 7.3%, 영업이익은 361.7% 증가했다. 하반기부터 PPA 상각금이 줄어들고 램시마와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판매가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에 합병 여파를 해결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 비전 바라보는 부자지간…경영능력 입증할 모멘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트랙에서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올해 성공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질 경우 서정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내걸었던 '통합'이라는 목표에 한 발짝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정진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 △판매유통을 맡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합성의약품 개발사 셀트리온 제약을 하나로 묶어 연 매출 12조의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서 대표에게도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 회장의 복귀도 이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서 대표에게 경험을 쌓게 하는 동시에 후계구도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앞서 서 회장은 JP모건 컨퍼런스 발표에서 "3사 합병을 완료 후 셀트리온홀딩스를 상장해 100조 원 이상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며 "2030년 현재 매출 대비 최소 5배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현재 제약 합병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앞선 헬스케어의 합병 영향 상쇄에 서 대표의 신약개발 의지가 일조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1년 이사회 의장 취임과 함께 미래전략 총괄도 겸임한 서 대표는 서 회장이 그린 그림에 색을 채워넣을 전망이다.
올해 1월 컨퍼런스에서 서 대표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산업이 융합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셀트리온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말한 것도 승계 이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 회장이 복귀를 발표하면서 한시적일 것이라고 밝힌 만큼, 서 대표가 능력을 입증할 모멘텀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앞서 서 대표는 파이프라인 확대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모달리티(치료적접근법)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