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28일, 단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격 사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에,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재대결로 대선판이 짜였을 때 전 대통령 트럼프가 현 대통령 바이든에게 도전하는 구도였지만, 새롭게 짜여진 트럼프-해리스 구도는 백인 남성이라는 기존 주류에 흑인이자 아시아계 여성인 비주류가 도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의 원래 전략은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로 대변되는 '트럼피즘'이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을 옹호하면서도 고율 관세·제조업 국내 복귀를 통해 경제적으로 보호주의를 내세우고,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대외 군사개입을 최소화하는 신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반면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아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강화·부자증세를 추진하고, 대외적으로 군사개입을 유지하는 동맹중시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온 문화·인종·젠더 관련 소수자 보호 정책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거즈를 댄 채 등장했다. 2024.7.17. /사진=연합뉴스
이번 미국 대선판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해리스 부통령이 우선 내세운 것은 '검사' 대 '범죄자' 구도 및 '미래' 대 '과거' 구도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강점을 내세워 트럼프를 '78세의 범죄자'로 묘사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해리스의 등판이 반갑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펼쳐온 '고령 공세'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상황에 직면했다. 트럼프 후보는 미 대선 역사상 최고령 후보로 등극하게 됐다.
이뿐 아니다. 오는 9월 18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선고 공판이 예정되어 있다.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이 나온 상황에서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또다시 돌출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정책으로는 '임신중절'(낙태) 공약이 관심의 초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전국적 금지 보다는 각 주별 판단에 맡기자'는 온건한 입장을 내놨고,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중도층 여성 표심을 일부 노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앞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보다 진화한 친환경 산업정책, 총기 규제 강화, 노조 중시, PC(정치적 올바름)주의 기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향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인 해리스 후보를 겨냥해 인플레이션 및 불법입국자 문제(남부 국경 봉쇄), 화석에너지 시추 재개,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주의 무역 강화, 국제분쟁 조기 종식 등 기존 공약을 구체화해 제시할 전망이다.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와 선거인단 확보 상황은 '백중세'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첫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2024.7.24. /사진=연합뉴스
CNN과 여론조사 기관 SSRS이 등록 유권자 1631명을 대상으로 지난 22~23일 실시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미국 공영라디오 NPR 및 PBS가 마리스트와 공동으로 등록 유권자 1117명을 대상으로 지난 22일 실시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와 함께 등록 유권자 1142명을 대상으로 지난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이며 경합을 펼쳤다.
특히 올해 미국 대선은 펜실베이니아(19명)를 필두로 해서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미시간(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 네바다(6명) 등 최대 7개 경합주 결과에 따라 선거인단 확보로 승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미국 선거예측사이트 '270투윈'은 지난 25일을 기준으로 위 7개 경합주 중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를 '공화당 지지'로 분류해서 트럼프가 251명, 해리스가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로 분석했다. 미 대선 전체 선거인단은 538명으로, 이 중 270명을 차지하면 대통령 당선이다.
이러한 선거인단 확보 상황을 감안해 양측의 선거 전략 싸움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앞으로 두 후보에게 남은 TV토론회 또한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바이든 캠프와 트럼프 캠프 간 사전 합의대로 열린다면 TV토론회는 9월 10일 ABC방송 주관으로 열린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과 여러번 토론이 가능하다"고 밝힌만큼 토론회가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으로 미 대선판은 '50 대 50'이 됐다. 양측이 이제부터 어떤 전략으로 상황을 주도하고 프레임 싸움을 가져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