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대선 11월 5일까지 약 98일을 앞둔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대세론에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에서 대선후보로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꽤 좁혀졌지만, 여전히 트럼프 우세론이 앞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실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자국 우선주의' 중심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대선 11월 5일까지 약 98일을 앞둔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대세론에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모습. 2024.07.17./사진=연합뉴스 제공
28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발간한 'IBK 경제브리프'에 따르면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향후 예상되는 트럼프 정책을 선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의 당선확률이 상승한 까닭인데,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의 언행을 반영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후보 간 첫 TV토론 이전 지지율 조사에서는 트럼프의 당선확률이 52%였는데, 트럼프가 유세 중 피습을 당한 이달 13일에는 당선확률이 65%까지 치솟았다. 지난 19일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을 당시에도 당선확률은 65%로 예측됐다.
특히 피습 직후 미 국채금리가 상승 전환하고, 가상자산이 급등하는 등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후보가 실제 당선될 경우 예상되는 정책변화에 베팅하는 거래를 뜻한다.
실제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달 9일 4.29%, 12일 4.18%로 하향추세를 보이다가, 피습 직후인 14일 4.24%로 급반등했고, 지난 22일에는 4.25%까지 상승했다. 그동안 국채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 증시도 요동쳤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미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발언을 쏟아냈는데, 인터뷰 직후 대만기업인 TSMC의 주가가 7.98% 급락했다. 아울러 TSMC의 의존도가 높은 엔비디아도 6.22%가량 빠지면서 나스닥 지수가 2.77% 하락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신 해리스 부통령이 나서면서 트럼프의 당선확률은 지난 21일 61%로 다소 하향조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당선확률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한다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현범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차장은 "트럼프 2기 정책이 한국 경제·금융에 미칠 영향은 '수출동력 약화(수출 3중고)', '고금리 장기화'로 요약할 수 있다"고 평했다.
김 차장은 트럼프 당선 시 예상되는 정책으로 △한국 수출품 관세 10% 인상 △중국 수출품 징벌적 관세부과(60% 이상 인상) 등을 예상했다. 과거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자국 제조업의 '일자리보호'를 위해 극단적 보호무역조치를 취한 바 있는데, 아시아발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게 대표적이다.
김 차장은 실제 한국발 수출품에 관세를 인상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미국으로 설비 이전을 늘릴 수밖에 없어 '대미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는 후보 수락연설 당시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발 수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성장률 저하로 한국제품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고, 중국발 밀어내기 수출도 늘어나면서 동남아·인도 등 제3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외 제3시장으로의 수출도 덤으로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관세부과'는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다는 시각이다.
'고금리 장기화'도 문제로 꼽힌다. 트럼프는 자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정책을 펼쳐 금리인하를 늦출 수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당선 시 예상되는 정책으로는 △대규모 감세·경기부양 △관세 인상 △이민 제한 등인데, 김 차장은 세 정책이 일제히 시행될 경우 '물가상승'과 '긴축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금리에 후행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로선 금리인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 차장은 "트럼프노믹스 아래 한국은 '수익(수출) 감소, 비용(금리) 증가'가 예상돼, 수출비중이 매우 높고 내수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