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미래를 위한 사업 구조 개편으로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과 관련 정정신고서를 요구했으며, 정치권에서는 두산밥캣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사업 시너지 창출·투자 확대 기대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킬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까지도 진행할 방침이다.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시너지 창출이다. 그동안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로 있었다. 하지만 두산밥캣은 건설기계 사업을 담당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에너지 사업을 영위해 전혀 다른 사업 영역을 갖고 있어 별도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스마트머신 사업부문으로 묶기로 결정했다. 건설기계 시장 내에서 제품·기술 혁신이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력을 활용해 무인화·자동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활용과 재무역량을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두산밥캣은 향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두산밥캣은 ㈜두산의 손자회사로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M&A를 하기 위해서는 대상 기업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는 규제를 받고 있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로는 ㈜두산의 자회사가 되면서 M&A 등을 통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되며, 두산밥캣의 현금성 자산 약 1조8000억 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을 통해 북미와 유럽에 진출할 수 있으며, 두산밥캣 생산시설 내 자동화를 추진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주주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금감원·정치권에서도 두산 움직임 ‘예의주시’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먼저 두산밥캣 주주들이 반발에 나섰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이 1대 0.63으로 정해졌는데 이는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교환해 준다는 의미다. 주당 가격이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보다 높다 보니 이와 같은 합병비율이 정해졌다.
그러나 두산밥캣 주주들은 두 회사의 실적이나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단순히 주가로만 합병비율을 정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두산밥캣은 지난해 1조389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그룹 내 캐쉬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9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015년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올리지 못했다. 두산밥캣 주주들은 그룹의 이익에 충실해 이와 같은 합병비율을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구조 개편과 관련한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두산그룹은 3개월 이내에 내용을 수정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치권도 두산그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상장사 합병비율을 주가가 아닌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두산밥캣 사례처럼 회사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두산그룹 측은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빠른 시일 내에 금감원과 만나 증권신고서 관련 관련해 보강해야 할 부분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 25일 주주총회가 예정된 만큼 빠르게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수록 불리하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면 단순히 주가가 아닌 기업가치로 합병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번에 사업구조 개편안을 마무리 지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