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영화 '파일럿'을 촬영하며 20년의 연기 생활이 스쳐갔다고 한다. 종착지를 모른 채 그저 치열하게 달리고, 어느덧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가장의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공교롭게도 극 중 캐릭터와 꼭 닮은 조정석이다.
'파일럿'(감독 김한결)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
2019년 '엑시트'로 전국 942만 관객들에 웃음을 선사했던 조정석은 6년 만에 '파일럿'으로 스크린 컴백을 알렸다. 특히 파격적인 여장으로 러닝타임 내내 연신 웃음을 안긴다.
"어떻게 보면 부담될 수 있는 설정이었는데, 이야기에 절 잘 개입시켜서 읽었어요. 제가 재밌게 봐온 시나리오는 처음 읽을 때 (작품 선택이) 결정된 것 같아요. 인물에 저를 대입했을 때 상상이 되고, 그려질 때 재밌게 읽거든요. 근데 이 작품이 그랬어요.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어요. 생경한 경험이 아니니까."
앞선 시사회 후에는 '조정석 원맨쇼', '웃수저' 등의 평가가 이어지며 조정석의 극 장악력을 실감케 했다. 현장에서 조정석의 연기를 본 김한결 감독조차 '빵' 터져, 컷 사인을 못 준 적이 있다고.
"감독님이 웃음이 많으세요. 촬영을 하는데 컷이 안 들리는 거예요. 연기가 지속이 안 될 정도로. 그래서 봤더니 웃고 계시더라고요. 현장은 더 재밌었어요. 저도 너무 웃음이 터져서. (신)승호도 엄청 웃고… 진정이 안 될 정도로 너무 재밌었어요."
영화 '파일럿'의 배우 조정석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잼엔터테인먼트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이미 여장 경력자(?)였던 조정석은 치열한 고민과 논의를 거쳐 자연스러운 비주얼과 능청스러운 연기를 완성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순도 높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조정석의 능력이 '파일럿'에서도 십분 발휘됐다.
"시나리오 읽을 때 머릿속으로 구현하고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였던 것 같아요. 어디선가 레퍼런스를 참고하진 않았어요. 목소리도, 톤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생각났거든요. 가장 나의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쓰면서도 그 목소리에서 하이 음역대를 많이 사용했던 것 같아요."
영화 '엑시트', '형', '관상', '건축학개론',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질투의 화신', '오 나의 귀신님'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뽐낸 조정석.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데 대한 걱정은 없는지 묻자 "주변분들이 그런 걱정을 해주신다. 전 얌체공마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택을 할 것 같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코미디 쪽을 파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요.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도 없는 것 같아요. 전 얌체공이라고 표현했지만, 제가 그때 그때 재밌다고 느끼는 것들이 다를 거라고 전 확신하거든요. 제 상황들이 계속 변화하니까. 나이도 한 살 더 먹고 그러면서 생각도 달라질 거고. 그때마다 제가 선택하는 작품의 장르는 변하지 않을까. 비슷한 장르를 연달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건 아예 열어놓고 있어요."
영화 '파일럿'의 배우 조정석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코미디 연기의 매력을 만끽하며 풍성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조정석.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그는 "제가 입어보지 않았던 옷들을 계속 입어보고 싶다"며 "행운 같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누군가를 즐겁게 한다는 것, 이게 되게 기분 좋거든요. 저한테는 그런 것 같아요. 기분 나쁘게 만드는 연기도 있지 않을까요. 악역을 한다든가. 그것도 되게 재밌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감정은 너무 여러 가지고. 그 여러 가지를 조금조금씩 다 느끼며 사는 게 얼마나 재밌나요."
영화 '파일럿'의 배우 조정석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잼엔터테인먼트
[미디어펜=이동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