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권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골자로 구두개입에 나섰다. 대출규제 대신 은행들이 자체 가산금리 조정으로 금리인상을 유도해 수요를 억제하려는 것이다.
시장금리 하락세 속 예금금리도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만 인위적으로 올리면서 시장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당국의 금리 통제가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융당국이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권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골자로 구두개입에 나섰다. 대출규제 대신 은행들이 자체 가산금리 조정으로 금리인상을 유도해 수요를 억제하려는 것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금융권 및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30일 3.265%를 기록했다. 하루 전인 29일 3.242%에 이어 연중 최저치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4월 25일 3.976%에 견주면 약 0.734%포인트(p) 하락했다.
올해 5년물 금리는 3.7~3.9%대를 오르내렸는데, 지난 5월 초부터 본격 하락흐름을 보이고 있다. 5월 3일 금리는 3.895%를 기록해 3.9%에서 본격 3.8%대로 진입했고, 같은 달 16일에는 3.750%로 내려왔다. 6월에는 5일 3.664%, 13일 3.580%, 19일 3.451%를 기록했고, 최근에는 3.3%대에서 3.2%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채권금리가 매주 0.1%p 단위로 거듭 하락 조정된 셈이다.
이 같은 시장금리 하락은 은행들의 자체 대출금리 인상 효과도 상쇄하고 있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연 3.34~4.74%,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3.03~5.04%,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혼합)'이 3.157~3.557%, NH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_5년주기형'이 3.33~5.73%를 각각 형성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최저 3.23%부터 공급되고 있다.
앞서 5대 은행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따라, '가산금리 인상'을 대출 억제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하나은행이 이달 1일 주담대 가산금리를 0.20%p 인상했고, 국민은행이 3일 주담대 금리를 0.13%p, 11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0%p 각각 인상했다. 이어 우리은행이 지난 12일 주담대 금리를 0.1%p 인상했고, 신한은행도 지난 15일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0.05%p 올렸다.
연이어 국민은행은 지난 18일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20%p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은행채 3년물·5년물을 준거금리로 하는 대출상품의 금리를 0.05%p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4일 아파트 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상품 금리를 상향 조정했는데, 다음달 2일 추가 인상에 돌입한다. 고정금리 5년물 기반 상품의 경우 △영업점 창구용 아파트 담보대출(갈아타기 포함), 아파트 외 주담대 각 0.30%p 인상 △비대면용 아파트 담보대출(갈아타기 포함) 0.20%p 인상 △비대면용 연립·다세대 주담대 0.15%p 인상 등을 계획 중이다. 고정금리 2년물 기반 전세대출 상품인 '우리전세론' 기준금리도 0.10%p 인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금금리가 거듭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2개월 만기 기준)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의 경우 이달 1일 3.5%였는데, 30일에는 3.35%로 0.15%p 하락했다. 신한은행의 '신한쏠편한정기예금'은 3.47%에서 3.35%로,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은 3.52%에서 3.4%로 각각 0.12%p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3.45%에서 3.35%로,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은 3.55%에서 3.45%로 0.10%p 하락했다.
예대금리가 반비례 곡선을 그리면서, 자연스레 은행들의 이자이익도 커지고 있다. 실제 5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 총합은 25조 114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4.4%(1조 608억원) 늘었다. 이에 하반기에도 예대금리 격차가 확대될 경우 이자이익은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다보니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려도 인상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예금금리도 줄하향하다보니 예대마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