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찜통 같은 날씨에 프로야구도 더위를 먹은 듯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스코어가 나오고, 팀 에이스와 마무리투수가 마구 두들겨 맞았다. 7월 마지막 날 KBO리그에서 벌어진 일이다.
부동의 1위를 달리는 KIA 타이거즈는 7월 31일 악몽을 겪었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서 6-30으로 대패했다.
7월 31일 광주경기에서 두산이 KIA를 30-6으로 꺾었다. 최다 득점(실점), 최다 점수 차 승리(패배) 신기록이었다. /사진=두산 베어스 SNS
30실점은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이고, 24점 차 패배는 최다 점수차 패배다. 이전 최다 실점은 LG 트윈스가 1997년 5월 4일 삼성 라이온즈와 대구 원정경기에서 27실점한 것이었다. 또한 2022년 7월 24일 부산 KIA-롯데전에서 KIA가 23점 차(23-0)로 이긴 것이 이전 최다 점수차 기록이었다.
물론 이 기록은 상대편 두산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최고 기록이다. 최다 득점(30득점), 최다 점수차 승리(24점 차) 팀으로 두산이 KBO리그 역사에 남게 됐다.
이날 KIA 마운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선발 김도현이 2⅓이닝 6실점하고 일찍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등판하는 투수들마다 실점하고 또 실점했다. 8명의 투수들을 쏟아부었지만 이도저도 안되자 KIA는 9회초 '외야수' 박정우를 마운드에 올렸고, 박정우가 그나마 1이닝 무실점으로 가장 좋은 피칭을 했다.
두산은 총 28개의 안타를 쳤고 14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새 외국인타자 제러드 영이 홈런 2방 포함 5안타 8타점으로 신바람을 냈고, 김기연이 5안타 4타점, 강승호가 홈런 포함 4안타 6타점, 조수행이 4안타 3타점, 김재환이 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등으로 KIA 마운드를 맹폭했다.
투수들이 부진해 많은 실점을 하는 경기가 있을 수 있다. 100점 차로 져도 1패일 뿐이다. 그래도 KIA는 폭염 속에 야구장을 찾아준 1만8693명의 팬들에게 엄청난 실례를 범했다.
5이닝 6실점하면서 데뷔 후 최다인 12안타를 맞은 한화 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SNS
한화의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도 이날 진땀을 흘렸다.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5이닝을 던져 6실점(5자책점)이나 했다. 이 경기에서 한화 타선이 홈런 3방 포함 장단 22안타를 폭발시키며 18-7로 대승을 거둬 류현진은 6실점하고도 승리투수가 됐다.
그렇다고 류현진은 웃을 수 없었다. 5회까지 던지며 12개의 안타를 두들겨 맞았는데, 이는 류현진의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피안타 불명예 기록이었다.
그나마 류현진은 팀이 이겨 롯데 마무리투수 김원중보다 속은 덜 쓰렸을 것이다.
김원중은 인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 9회말 마무리 등판했다. 롯데가 10-5로 5점 차 앞섰기에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다.
김원중의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아 자신감을 찾게 해주고, 전날 등판도 하지 않았기에 편하게 1이닝 마무리를 맡긴 것이다.
5점 차 리드를 못지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롯데 마무리투수 김원중. /사진=롯데 자이어츠 홈페이지
김원중은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로 몰린 뒤 정준재에게 1타점 적시타, 박지환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2실점했다.
10-7로 추격당하고 1, 2루 위기가 이어졌으나 여전히 3점 차였고 2아웃이었기 때문에 김원중은 계속 마운드를 지켰다. 그런데 여기서 에리디아에게 중월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단번에 10-10 동점이 됐다.
김원중의 5점 차 마무리 실패로 롯데는 연장 승부를 벌여야 했다. 12회초 1점을 뽑은 롯데가 승리하는가 했지만 9번째 투수로 등판했던 현도훈이 12회말 2사 후 오태곤에게 역전 끝내기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SSG는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승부욕 끝에 믿기 힘든 역전승을 연출했지만, 반대로 롯데는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프로야구 5경기에서는 총 109점이 나왔다. 이는 하루 최다 득점 신기록이었다. 더블헤더 포함 총 7경기를 치러 106점(1999년 6월 13일)이 나온 것이 이전 하루 최다 득점 기록이었는데, 5경기로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무래도 무더위는 타자들보다 투수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각 구장에서 점수가 마구 쏟아진 가운데 NC 다이노스는 키움 히어로즈에 9-0 승리를 거뒀다. NC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선발 하트가 7이닝, 이어 등판한 한재승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 경기가 열린 장소는 그나마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고척돔이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