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올림픽에서 28년 만에 단식 금메달 쾌거를 이뤘다. 그런데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안세영은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해 충격을 안겼다.
안세영은 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2-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안세영이 28년 만에 배드민턴 올림픽 단식에서 캐낸 값진 금메달이었다.
그런데 금메달의 환희를 제대로 누릴 시간도 없이 안세영이 작심한 듯 폭탄 발언을 했다.
결승전 승리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안세영은 취재진에게 지난해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무릎 부상에 대해 "제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낫기 힘들었다. 대표팀이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많이 실망했다"며 "수정 선생님(한수정 트레이너)이 정말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를 많이 보셨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함이 크다"며 대표팀에서 있었던 서운했던 점을 폭로했다.
이어 그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가 조금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실망이 크다"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듯한 얘기를 했다.
안세영이 올림픽 금메달 획득 후 은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으로 충격을 던진 데 대해 SNS에 심경 및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세계배드민턴연맹, 안세영 SNS
시상식이 끝나고 진행된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에 뛸 수 없다는 건 선수에게 야박한 결과"라며 다시 한 번 대표팀을 떠날 뜻을 밝히면서 "한국 배드민턴이 더 발전할 수 있는데 금메달이 하나밖에 나오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한다"고 협회와 대표팀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안세영의 '대표팀 은퇴 시사' 발언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한국 배드민턴에서 등장한 슈퍼스타인 안세영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경사를 이룬 직후 이런 폭탄 발언을 했으니 그 배경이나 심경 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배드민턴 협회와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비판이 쇄도하는 등 파장이 확산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안세영이 직접 자신의 발언해 대한 부연 설명을 했다. 안세영은 6일 새벽 개인 SNS에 자신의 발언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며 당부의 말을 전하는 글을 게시했다.
안세영은 "오늘 하루 낭만 있게 마무리 하고 싶은 상상과는 다르게 제 인터뷰에 다들 놀라셨죠? 일단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제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어서 참 저의 서사는 고비고비가 쉬운 게 없네요"라고 적었다.
이어 "먼저 저의 올림픽을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끝에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번 상처를 받게 되네요"라고 자신의 발언이 취지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부분을 아쉬워했다.
안세영은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는데 또 자극적인 기사들로 재생되는 부분이 안타깝네요"라며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 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자신의 발언은 선수 보호와 관리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회 또는 누군가와 싸우자고 한 말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끝으로 안세영은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주십시요"라며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 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봅니다"라고 적어 국가대표 은퇴가 아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지금까지 여러 매체를 통한 보도를 종합해보면 안세영은 지난해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했을 때 전담 트레이너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부상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담 트레이너 계약 문제를 두고 배드민턴협회와 갈등을 겪으면서 안세영의 감정에 쌓인 부분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따는 '숙제'를 멋지게 완수했지만, 배드민턴협회와 한국 체육계는 풀기 어렵지만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