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부산 대표 지역 건설사 동일스위트가 시행 및 시공하는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이 야심차게 후분양에 나선 가운데 때아닌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입주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가 예고되고 있어서다.
혐오시설로 꼽히는 대형 공동묘지가 단지 가까이 위치하고, 학교와 마트 등 생활인프라가 전무하다. 또 동일스위트가 강조하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수혜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 500m 거리에 대규모 공동묘지(빨간원)가 조성돼 있다. 단지 앞 상업부지(파란원)에도 이렇다 할 시설들이 없다./사진=네이버지도
◆'공동묘지' 불과 500m 거리…초등학교 '도보통학 불가'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덕지구 일대에 위치한 '남문동일스위트 디 오션' 1, 2단지가 오는 12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4일까지 청약 신청을 받는다. 시공사이자 시행사인 동일스위트는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건설사 동일의 계열사다. 동일과 동일스위트는 아파트 브랜드 '동일스위트'를 공유하고 있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은 전체 10개 동, 613가구(1단지 6개 동 349가구·2단지 4개 동 264가구, 전용면적 59㎡~84㎡)로 구성됐다. 세부 단지별로 살펴보면 1단지는 △59㎡ 131가구 △64㎡ 53가구 △74㎡ 70가구 △75㎡ 38가구 △84㎡A 37가구 △84㎡B 20가구다. 2단지는 △59㎡ 74가구 △64㎡ 36가구 △74㎡ 62가구 △75㎡ 35가구 △84㎡A 38가구 △84㎡B 19가구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은 주거지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지가 위치한 제덕지구 내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전무하다. 동쪽으로 2㎞ 가량 떨어진 진해구 남문동 내 웅천초와 웅천중 등으로 통학해야 하는데 걸어서 약 30분 걸리는 만큼 도보 통학은 어려운 상황이다.
생활인프라도 부족하다. 편의점 외에는 이렇다 할 마트가 없어 입주민이 장을 보기위해서는 역시 남문동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병원과 약국도 마찬가지다. 단지 앞 상업지구 부지가 있지만 언제 개발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묘지뷰'도 논란거리다. 단지에서 불과 500m 거리에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공고문에도 '사업부지 인근 천자봉 공원묘원이 위치하고 있으며, 매장 가능 기수가 남아 있는 관계로 인해 운구차량, 조문차량 등으로 인해 소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가구 및 단지 내에서 천자봉 공원묘원이 보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천자봉 공원묘원은 23만1406㎡ 규모로, 현재 2만1900기가 매장돼 있고 최대 3만5000기까지 매장 가능하다.
◆레저단지 개발 '지지부진'…부산신항 연결도로는 '절단'
동일스위트가 해당 단지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강조하는 '개발호재'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 공식 분양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도에는 단지 서쪽으로 진해산업국가단지와 죽곡 1·2 일반산업단지, 남쪽으로 아라미르 골프장을 포함한 웅동복합관광 레저단지와 진해신항, 동쪽으로 웅동경제자유구역, 부산신항만, 부산신공항 부지인 가덕도 등이 표시돼 있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 분양 홈페이지에 올라온 단지 주변 개발계획 및 산업단지 위치도/사진=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 홈페이지
동일스위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1945개 기업유치에 따라 약 6만여 명 이상 배후수요가 예상되며 글로벌 물류비즈니스벨트의 최대 수혜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언급된 개발 사업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웅동복합관광 레저단지는 골프장 외에는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지역주민까지 들고 일어난 상태다. 그나마 조성된 골프장은 사업취소를 놓고 사업자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간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단지와 부산신항만과 가덕신공항 등을 이어줘야 할 웅동지구 북측 간선도로는 현재 끊겨 있다. 이에 대해 동일스위트 관계자는 "해당 도로는 2026년 정도에 개설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에서 부산신항만으로 가려면 입주 후에도 최소 1년 동안 북쪽 진해대로를 타고 크게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또 진해신항은 2031년 1단계를 시작으로 2040년 정도에 완료되는 사업지로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 입주 후 15년 뒤에나 개발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주변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분양률 30%'도 어렵다?
아쉬운 입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의 분양가는 84㎡ 기준 최고 3억4300만 원(2단지·8층 이상)에 달한다. 남문 호반베르디움(2018년 입주), 남문리젠시빌란트더월(올해 2월 입주) 등 단지 인근 남문동 내 자리한 아파트들의 최근 실거래가는 84㎡ 기준 2억8000만 원대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 보다 6300만 원 가량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 인프라가 풍부한 신축급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남문 동일스위트 디 오션'의 입주예정일은 내년 2월로, 사실상 후분양 단지다.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는 동일스위트가 후분양을 선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행사나 시공사 입장에서 후분양은 건축자재비, 인건비 등 공사비 인상 요인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후분양이 악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인근 공인중계사무소 관계자는 "동일스위트가 그동안 여러 번 있었던 선분양 시기를 놓치면서 후분양을 하게 됐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 시기에 분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일스위트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설치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무상옵션에 대해 동일스위트 관계자는 "주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분양성을 높이기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률은 현저히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률 30%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아파트 등 주거지역이 밀집하고 생활 인프라를 갖춘 남문동에 분양한다면 모를까 아무것도 없는 제덕지구에 아파트를 왜 짓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 분양에 성공하려면 지역 내 수요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는데 남문 동일스위트는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후분양인 만큼 악성 미분양으로 이어져 동일스위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회사 측은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동일스위트 관계자는 "미분양을 예상하고 있지만 전세를 놓거나 분양전환임대 등을 통해 1년이면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현장으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지는 건 아니기에 큰 리스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일스위트는 지난 2022년(이하 연결기준)과 2023년 각각 83억 원과 7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97억 원에서 553억 원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영업활동 과정에서 들어온 현금보다 나간 현금이 많다는 의미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