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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4법 거부하면 양곡법 처리…8월도 '악순환 정국' 예고

2024-08-06 16:50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6일 유력했지만, 다음 주로 미뤄질 전망이다.

원래 전날까지만 해도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여름휴가 중인 윤 대통령이 현지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지만, 윤 대통령이 여론 추이를 보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한 총리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방송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윤 대통령은 언제라도 즉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방송 4법에 대해 "개정안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제한하고,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특정 단체가 이사 임명권에 관여해 공영방송과 공익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 행정권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해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 총리는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은 재의 요구 당시 지적된 문제점들을 전혀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오히려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추가해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더욱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송 관련 법안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 책임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에도 또다시 문제점을 가중한 법률안이 숙의 과정 없이 통과됐다"며 "야당의 입법 독주로 악순환이 계속되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악순환' 정국의 책임이 야당의 '입법 독주'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2024년도 제3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7.30.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또한 앞서 "여야 합의로 (방송 4법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날 한 총리가 분명히 한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대 국회에서 (방송통신위원회법을 제외한)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이번 거부권 행사는 두 번째가 되고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는 16~19번째 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당 주도의 단독처리→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국회 본회의 재의결→법안 폐기→야당 주도 재발의라는 '악순환 정국'은 당분간 8월 국회에 이르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방송 4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끝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정부로 이송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특별조치법 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다음 주 휴가에서 돌아온 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이 두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20일까지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지난 총선 대표공약으로, 기획재정부가 '재원 마련'과 '미미한 효과성'을 들며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통과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다수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보호조차도 받지 못하는 다수의 노동 약자는 도외시하면서, 노동조합의 파업 범위는 확대하고 불법행위는 면책해 산업현장의 갈등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안"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장관은 "야당이 집권 여당이었을 때 다수당으로서도 추진하지 않았던 법안"이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 없이 진행된 입법과정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당론으로 채택한 다른 법안들을 재차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라, '악순환 정국'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국민의 심판이 상대방에게 향할 것'이라는 여야 간 기대감이 여전해, 쟁점법안에 대해선 양측이 타협의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한우산업전환및지원에관한법률 재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강행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두 법안에 대해서도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을 들며 거부권을 행사해 이번에도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고,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크다. 이외에도 2번째 재표결 후 폐기된 채상병특검법, 김건희특검법, 상임위에 계류 중인 민주유공자법 또한 현 대치 정국을 악화시킬 변수로 꼽힌다.

반면 간호법과 전세사기특별법의 경우 여야가 협의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로, 국회 상임위에서 의견을 접근하는 등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두 법안 처리는 민생법안에 대한 국회의 협치를 보여줄 첫 시험대로 꼽힌다.

각 당이 민생을 위해 필요한 법안들을 각자 준비해서 내고 여야 간에 최대한 협의할 부분들을 하자는게 양당 원내대표의 공통된 입장이지만, 향후 얼마나 입법 성과를 올릴지는 또다른 문제다. 여야가 쟁점법안으로 다투는걸 별개로 하고 민생법안 협의에 어떻게 접근하냐 여부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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