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최근 증시 폭락 사태를 계기로 정부여당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장에 불이 붙고 있다. 이에 정부여당은 금투세 시행에 대한 공식 입장을 보류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연일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압박하고 있다. 금투세 시행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된 기회를 살려 거야를 향해 민생·경제 이슈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7일 민주당에게 금투세 폐지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어제 주가 폭락 때문에 민주당이 열지 못한 금투세 존폐 토론회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합동으로 하자고 대변인을 통해 제안했다”며 “(토론자로) 이재명 대표가 나오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박찬대 직무대행과 공개 토론하겠다”면서 금투세 이슈를 초당적 차원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계획됐던 민주당의 금투세 존폐 토론회가 유예된 것을 지적하자 임광현 민주당 원내부대표가 “당장이라도 토론회를 개최하자 회계사 출신인 당대표 직무대행이 (토론자로) 나갈 테니 한 대표도 직접 나오시라”고 반발한 것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6일 오전 국회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추가 대책과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8.6(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도 국민의힘의 금투세 폐지 주장에 힘을 보탰다. 전날 한동훈 지도부 출범 후 열린 첫 당정협의회에서 금투세가 당면 과제로 언급된 만큼 정부여당이 협공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문을 통해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제안한 금투세 폐지 방침에 대해 국회에서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 달라”면서 민주당이 금투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압박했다.
금투세란 1년 기준으로 상장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 상품에 대한 투자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투자자에게 부담하는 세금을 말한다. 금투세는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증시에서의 투자 자금 이탈 등의 우려가 발생해 내년 1월 시행으로 유예됐다.
민주당은 현재까지 금투세 시행이라는 기존 당론을 유지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고액자산가의 세금을 깎아주면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지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 주식투자자 1%에 달하는 초거대 주식부자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경제가 살아나나”라고 말했다.
증시 폭락 사태는 금투세가 시행되기 이전 발생한 것으로 금투세 시행과 증시 급락은 무관하다는 반론이다. 또 연간 금융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것은 전체 140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 중 1%에게만 해당돼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의 일환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 폭락으로 금투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을 당의 공식 입장으로 강조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새 지도부가 선출된 후 금투세에 대한 방침을 정하겠다고 공개적인 입장을 보류했다.
진 정책위의장이 금투세 폐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개인투자자들이 진 정책위의장의 블로그를 찾아 약 1600개(7일 오전 기준)에 달하는 항의성 댓글을 남기는 등 강한 반발이 발생해 ‘역풍’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금투세 완화론도 고개 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지난 6일 SBS가 주관한 4차 민주당 대표 후보 TV토론회에서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데, 5000만원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분이 저항하고 있다. 조세는 국가의 부담을 개인에게 부과시키는 것이지 징벌이 아니다. 조세 저항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라면서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대안을 주장했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여론에 밀려 금투세 시행에 대한 입장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어,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공명재 계명대학교 교수는 지난 5월 국가미래연구원 기고를 통해 “(금투세 과세 대상이 일부라고 하지만) 개인투자자 상위 0.5%의 보유지분이 전체 개인 지분의 50% 정도이기에 금투세를 과세할 경우 시장에 상당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1989년 대만의 경우 최대 50%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를 도입했지만, 한 달 만에 시장이 폭락해 1990년 (금투세를) 폐지한 바 있다”면서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각 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도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우리는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 일본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증시에서 많은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금투세 시행은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과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시는 기업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의 역할도 한다.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많이 터준다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면서 금투세 폐지 주장을 부자 감세라는 측면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