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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보복, 막장국감 종결판…"이러고도 금배지 다시렵니까?"

2015-09-20 10:19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일찌감치 역대 최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가 아니라 실망을 넘어 ‘막장국감’의 종결판을 보는 듯하다. 고성·막말·망신주기는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 성희롱 발언에 보복 증인신청이라는 기이한 수법까지 등장해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국감 시작전 예고편에서 보여준 행태는 그야말로 예고편에 불과했다. 우려를 부른 예고편은 대략 이랬다. 막무가내식 증인 채택을 놓고 상임위마다 여야 힘겨루기가 재연됐다.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분과 갈등·분열로 제 앞가림도 못한채였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다. 이런 기류로 맹탕국감, 물국감은 예상됐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웃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봉숭아 학당’ 저리가라였다. 수많은 어이상실 질문 중 역대급으로 등장한 사례들이다.

#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의 복지부 국정감사장.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이 협회 직원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던진 말. “일어서봐라. 회장 물건 좀 꺼내봐라 내가 좀 보게”.

#. 14일 저녁 기재부 국정감사장.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경환 부총리에게 기재부 업무보고 내용을 받는 자리에서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며 문제 제기. 최 부총리가 "설명을 들어보라"며 물러서지 않자 박영선 의원 "(부총리) 얼굴까지 벌개져서".

#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관 국정감사장.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신 회장이 한국인으로서 ‘한국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축구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십니까?”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보여주기식 국감도 빠지지 않았다. 10일 복지위 국감장에서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은 각종 셀프성형기구를 착용한 보좌관을 대동해 국감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정무위 국감장에 몰래 카메라가 장착된 야구모자와 안경을 직접 착용하는 시범을 보였다. 국감장에서 잊혀진 코미디 ‘봉숭아 학당’이 재연되는 순간이었다.

   
▲ 지난 10일 안행위 국정감사에서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총선필승' 건배사를 둘러싸고 대립한 끝에 야당 위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국감이 파행한 바 있다. 당일 오후 재개된 국감은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여당 단독으로 진행됐다./사진=미디어펜
이뿐만이 아니다. 사퇴 후 복귀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에게 “집 나간 며느리냐, 전어 철이 되니 돌아왔나”라고 비아냥거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은 경찰청장을 상대로 모의 권총을 쏴 보라고 다그쳤다. 기재부 공무원들을 싸잡아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재벌의 하수인”이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이쯤 되자 참는 것도 정도가 있었는지 공무원노조는 ‘C급 정치인들’이라며 공무원노동조합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공무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냈다. 이에 발끈한 기재위 소속 야당 위원들은 공무원노조를 상대로 보복에 나섰다. 다음달 기재부 종합국감에 노조위원장과 사무총장을 증인으로 불러 따지겠단다. 기가 찰 노릇이다.

언제까지 모두의 머리 꼭대기 않아서 갑질 노릇을 할텐가? 국감의 본질은 간 데 없고 정치 불신만 판을 치고 있다. 이제라도 남은 국감에서는 제발 민생을 챙기고 정쟁을 벗어나 여야가 스스로 내건 ‘민생국감’, ‘4생 국감·(안정민생, 경제회생, 노사상생, 민족공생)’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심판의 날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 20대 총선일인 내년 4월 13일은 6개월 남짓 남았다. 국정 전반에 대해 조사를 하는 국감이 부활한 지는 30년 가까이 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세 번이나 변했을 쯤한 의원들의 구태는 갈수록 진보한다.

6개월 후쯤 우린 지금의 국감을 기억할 것이다. 아니 꼭 기억해야 한다.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는 막장국감의 종결판을 진짜 종결지어야 한다. 국회의원을 뽑은 것은 유권자이기에 공동 책임을 지고 우리 손으로 심판해야 한다. 추석 전·후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번 국감을 그래서 더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내년 4월 ‘표’로 응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20대 총선, 이러고도 금배지를 다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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