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와 중동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라는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 나라 안팎의 경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닥쳐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이 처한 위기 상황을 <내수부진에 발목잡힌 한국경제><기준금리 인하 ‘딜레마’> <정부 뛰는데, 국회는 反시장 입법에 몰두> 3회에 걸쳐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 백지현]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가 우리 시장에도 충격파를 일으키면서 한국 경제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이번 위기의 물결은 미국의 경기침체라는 단편적 문제가 아니라 중동 확전과 인공지능(AI) 거품론, 내수 부진, 집값 급등 등 나라 안팎의 경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닥쳐오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가 우리 시장에도 충격파를 일으키면서 한국 경제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도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테헤란 암살 작전 이후 보복을 선언한 이란은 무력보복을 선언하는 등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향후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확대되면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경기가 얼어붙으면 당장 우리 수출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대미 수출은 자동차·정보기술(IT) 등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 12%에 머물렀던 대미 수출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작년 18.5%까지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중국을 추월하며 미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 달러로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액(309억원)을 앞질렀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도 한국 경제 성장을 발목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내수 침체는 제조업 제품의 국내공급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작년 3분기(-2.9%), 4분기(-2.8%), 올해 1분기(-2.4%), 2분기(-2.2%) 등 4분기 연속 감소세다. 업종별로 전자·통신이 10.4% 줄었고, 화장품 등 화학제품과 자동차가 각각 3.7%, 5.7% 감소했다.
내수 부진 탓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p) 내린 2.5%로 조정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보다 0.1%p 낮은 수치로, 올해 국내외 주요 전망기관 가운데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KDI가 처음이다.
KDI는 “반도체 중심의 높은 수출 증가에도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세에 머무르고 있고, 건설투자 역시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내수 회복세가 부진하다는 것이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이 줄고 내수출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내수기업의 업황 전망이 하락했고, 내수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한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당장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소상공인·자영업자, 제2금융권 등 우리 경제의 ‘취약한 방파제’가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 시장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도 과도한 시장 불안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고, 정부와 한은이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6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필요시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해 달라”고 지시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