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메모리 반도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손꼽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CXL은 데이터 연산에 필요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반도체를 한 몸으로 통합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용량을 높인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CXL은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이 오는 12월 CXL 2.0을 지원하는 첫 서버용 CPU '제온6(시에라포레스트)'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또한 CXL 컨소시엄에 참여해 자체 인터페이스 기술인 'NV링크' 기술을 CKL과 호환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도 AI 확산에 따른 CXL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CXL 1.1 기반 CXL D램을 개발했으며, 이후 업계 최고 용량인 512GB CXL D램을 선보였다. 이후 지난해 5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2.0을 지원하는 128GB CMM-D를 출시한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CXL 2.0을 지원하는 256GB CMM-D(CXL D램) 제품도 내놨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6월 업계 최초로 미국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레드햇'이 인증한 CXL 인프라를 경기 화성캠퍼스에 연구시설로 구축했다. 또 CXL 컨소시엄 이사회 멤버로서 CXL 고도화 및 표준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CXL 시장에서 그간 쌓아온 노하우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최장석 삼성전자 메모리산업부 신사업기획팀장(상무)은 최근 열린 CXL 기술 관련 브리핑에서 "삼성전자는 CXL 개발 및 양산을 위해 10년 이상 노력해왔다"며 "현재는 수많은 업체와 제품을 평가하거나 고객 사이트(지역)에 엔지니어를 파견해 구동해보는 활동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SK하이닉스 역시 CLX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8월 DDR5 D램 기반 첫 96GB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했다.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CXL 기반 연산 기능을 통합한 메모리 솔루션 CMS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5월에는 CXL 컨소시엄에서 주최한 'CXL DEVCON 2024'에 참가해 CMM-DDR5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DDR5만 장착한 기존 시스템보다 대역폭을 최대 50% 향상시키고, 용량은 최대 100% 확장시킨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 2024'에서 CXL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더한 차세대 메모리 설루션 'CMS 2.0'과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객체 기반 컴퓨팅 스토리지(OCS)'을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DDR5 기반 96GB, 128GB CXL 2.0 메모리 솔루션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CXL 2.0 지원 128GB CXL D램./사진=삼성전자 제공
CXL은 HBM과 비교했을 때 메모리 성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연결해 연산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라면, CXL은 모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버 구조를 바꾸지 않고 메모리 용량을 유연하게 늘렸다.
즉 두뇌 격인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반도체를 잇는 도로를 기존 2∼3차선에서 8차선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기술로 비유할 수 있다. 시스템 내 메모리, 스토리지, 로직 반도체 등 장치별로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합해 작업 효율을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각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높은 시장 유망성에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CXL 시장 규모는 2022년 1700만 달러(한화 약 234억 원)에서 2028년 158억 달러(약 21조700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대역폭을 넓혀 처리용량을 늘릴 수 있는 CXL을 기존 D램의 한계를 극복할 카드로 꼽고 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떠오른 과제인 막대한 데이터 양을 처리하기에도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CXL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서버·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