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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파트' 더 트루엘 마곡 HQ-下]'독'이 된 용도변경?…촉박한 준공일정 '입주지연' 가능성도

2024-08-13 05:09 | 김준희 기자 | kjun@mediapen.com
2년 전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청약까지 진행했던 '더 트루엘 마곡 HQ'가 입주를 2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무늬만 '아파트'로 바꿔 재분양에 나섰다. 알맹이는 2년 전 그대로, 도시형생활주택 수준이다.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 강조했던 '하이엔드' 콘셉트도 사라졌다. 용도변경이 조건부 승인인 만큼 준공 지연으로 인한 입주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한(?) 아파트' 더 트루엘 마곡 HQ의 실태를 뜯어봤다. [편집자주]

['이상한 아파트' 더 트루엘 마곡 HQ-下]촉박한 준공일정 '입주지연' 가능성도…용도변경 '악수'?

[미디어펜=김준희 기자]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난 9일 오후. 서울지하철 5호선 송정역 2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5분 가량 이동하니 준공을 앞둔 '더 트루엘 마곡 HQ' 현장에 도착했다.

단지 입구는 준공을 앞두고 진행 중인 마무리 공사로 인해 상당히 혼잡했다. 단지 앞 길목에는 크레인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사이로 좁은 보행로가 마련돼 있었다. 차량 진출입구로는 트럭과 인부들이 드나들고 있어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했다.

단지 앞 보행로 사이 좁은 샛길을 따라가자 분양홍보관 입구가 드러났다. 더 트루엘 마곡 HQ는 별도의 건물에 모형을 마련하는 일반적인 견본주택과 달리 준공 중인 건물에 분양홍보관을 꾸몄다. 1층 상가 공간에 분양홍보관 입구 및 청약상담 창구를 마련하고 2층에 실제 시공된 전용면적 48㎡ 테라스 타입을 견본주택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더 트루엘 마곡 HQ'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문을 열고 들어간 분양홍보관 실내는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 홍보관이라기 보다는 분양관계자 및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느낌이 강했다. 분양 홍보를 위한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뒤 배치된 담당 직원 1명이 2층 견본주택으로 안내했다.

직접 확인한 더 트루엘 마곡 HQ 48㎡는 2년 전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와 비교해 차이가 컸다.

우선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 입구 신발장에 기본 제공이었던 '에어브러쉬&에어워시', '의류관리기'가 빠졌다. 또 거실에 적용되는 '와이드 아트월(아틀라스 콩코드 타일 시공)'도 현장에선 확인할 수 없었다. 입주자모집공고 유상옵션 품목에서도 해당 마감재는 보이지 않는다.

주방의 경우 2년 전 기본 제공됐던 '하이브리드쿡탑'과 '식기세척기', '빌트인 냉장고'(48㎡ 유상옵션)가 이번 분양에서는 모두 제외됐다. 하이브리드쿡탑과 빌트인 냉장고는 유상옵션 품목으로 변경됐다.

또 2년 전에는 ‘주방 상부장과 싱크 수전도 유상옵션을 통해 고급 수입 제품으로 변경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이번 현장에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와 비교해 가전제품 및 마감재 등 상품 구성이 부실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에는 마곡 지역에 대한 기대감도 컸고 역세권 입지다 보니 '하이엔드' 콘셉트에 대한 수요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최근 주택시장이 불경기인 데다 준공이 코 앞인 상황에서 용도변경(도시형생활주택→아파트)까지 진행하다 보니, 사업주체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 더 트루엘 마곡 HQ에서 내걸었던 빌트인 가전 등 무상제공 품목. 현재는 해당 품목이 제외됐거나 유상옵션으로 변경됐다./사진=일성건설 유튜브 '공간감각' 갈무리


◆분양가 낮췄다지만…"인근 시세 대비 높고 상품성 떨어져"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으로 청약에 실패했던 만큼 이번에는 2년 전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했다.

더 트루엘 마곡 HQ 분양관계자는 “당시에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나왔다 보니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덜했다”며 “이번에 아파트로 전환하면서 분양가도 2억 원가량 할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당시 분양가를 살피면 △36㎡A 6억2410만~6억4340만 원 △36㎡A-P 6억6270만 원 △48㎡A 8억3090만~9억1570만 원 △48㎡A-P 8억5540만~8억6480만 원 △48㎡B-1 8억2240만~9억4120만 원 △48㎡B-2 8억7330만 원 △48㎡B-1-P 8억6480만~8억9880만 원 △48㎡B-2-P 8억9880만 원 등으로 형성됐다.

아파트로 용도변경한 이번 분양에서는 △36㎡A 5억3800만~5억4600만 원 △48㎡A 7억1000만~7억1300만 원 △48㎡B 7억100만~7억1300만 원 △48㎡C 7억1300만 등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최고가로 비교할 경우 36㎡는 1억1670만 원, 48㎡는 2억2820만 원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낮아진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인근 시세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1~2인 가구만 거주 가능한 소형 평형인 데다 사실상 '나홀로 아파트'에 가까운 소규모 단지로 가격 상승여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한 아파트 '마곡엠밸리9단지'의 경우 59㎡ 기준 시세가 10억 원 이상인데도 수요자들이 9억 원대 매물만 찾는 상황"이라며 "더 트루엘 마곡 HQ의 경우 30대 1~2인 가구가 메인 타깃일 텐데 59㎡보다 작은 평수에 7억 원이 넘는 돈을 쓰기에는 수요자들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같은 아파트라도 소규모냐, 대규모냐에 따라서 가격 상승여력은 천차만별"이라며 "사실상 나홀로 아파트 수준 규모에 위치도 마곡지구가 아닐뿐더러 인근에 비슷한 평형대로 구성되는 역세권 청년주택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가격이나 상품성 모두 메리트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더 트루엘 마곡 HQ'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다./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소음·진동 요건 충족 '관건'…미충족 시 '입주지연' 가능성↑

준공 및 입주예정일까지 남은 기간이 2개월 남짓에 불과한 점도 수요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더 트루엘 마곡 HQ는 올해 아파트로 용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소음·진동 요건에 관해 준공 시점까지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만약 준공 때까지 소음·진동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준공승인이 나지 않아 수분양자 입주가 지연될 수 있다.

강서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소음·진동 기준 충족 여부가 준공승인 심사 시 관건이 될 것"이라며 "만약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업주체가 충족시킬 때까지 준공승인이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가 지연될 경우 피해는 수분양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트루엘 마곡 HQ의 경우 분양 시점부터 입주예정일까지 기간이 2개월가량에 불과해 가뜩이나 잔금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음·진동 조건 미충족으로 인해 준공승인이 지연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수분양자 몫이 될 것"이라며 "입주예정일이 지연되면서 이사 날짜는 물론 자금계획 실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 대출을 통해 잔금을 마련할 텐데, 입주가 미뤄질 경우 대출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돈"이라며 "입주가 지연되면 분양 이후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사업주체 측은 입주자모집공고문을 통해 '입주예정일은 공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정확한 입주 시기는 추후 개별 통보할 예정'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빠듯한 사전점검 일정도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급하게 사전점검을 했다가 '하자와의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준공을 앞두고 도시형생활주택에서 아파트로 급하게 용도변경을 진행한 만큼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규모도 크지 않은 만큼 사전점검부터 꼼꼼하게 진행하고 만약의 상황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은 일련의 상황에 대한 '더 트루엘 마곡 HQ' 사업주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공식 질의 요청까지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더 트루엘 마곡 HQ'은 13일 1순위, 14일 2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당첨자 발표는 21일, 정당계약은 내달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실시한다. 시행사는 에어포트씨티, 시공사는 일성건설이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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