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국내 기업들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뒤를 이을 '마이크로 LED(무기발광다이오드)'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이크로 LED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단점인 번인(화면 번짐) 현상을 줄이고 색상표현이 풍부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힌다.
하만 럭셔리 스토어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전시된 마이크로 LED./사진=삼성전자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마이크로 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CES에서 마이크로LED를 적용한 '더 월(The Wall)'을 처음 선보인 이후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 더월의 경우 고객사 요청에 따른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TV도 114형과 89형, 101형까지 총 3종의 라인업으로 시장에 출시했다. 가정용의 경우 출고가가 1억 원을 넘는 고가 제품에 속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월은 고객사에 요청에 따라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의 경우도 일반 보급형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해 118형에 4K 화면을 지원하는 가정용 마이크로LED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맞불을 지폈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마이크로 LED 소자 스스로 조립하는 '자기력 보조 유전영동 자가조립(MDSAT)' 기술을 개발하며, 제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마이크로 LED를 향한 기술 투자는 양대 전자 기업뿐만이 아니다. 시스템반도체 전문 팹리스 기업 사피엔반도체는 실리콘 기판 위에 발광다이오드를 접합시켜 AR과 VR, MR 기기의 디스플레이를 고휘도로 구현하는 'LEDoS'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프로닉스는 아모레퍼시픽에 2년간 면발광 마이크로 LED 마스크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 체결했다
이 밖에 글로벌 기업인 애플도 향후 10년 간 마이크로 LED 분야에 약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에서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제품 보급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마이크로 LED는 웨이퍼 위에서 만들어 디스플레이 패널로 옮겨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작은 크기의 소자를 오차 없이 이어 붙이기 어려워 생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하이엔드 TV에 마이크로 LED를 탑재하는 식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면서도 제품 보급화가 더딘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업계 내에선 굳이 OLED로 충분히 커버가 되는 디바이스인데 마이크로 LED를 탑재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며 "당분간은 OLED 시장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LED도 같이 성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생산 난이도가 높지만 시장 유망성은 높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는 마이크로 LED 패널 출하량 규모가 2029년에는 약 3억2700만 장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혼합현실(MR)을 비롯한 스마트워치 등 초소형 디스플레이 응용처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마이크로 LED는 OLED의 단점인 번인이 덜하기 때문에 야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AR이나 MR 기기에 유용하게 탑재될 수 있다. 해당 기기의 경우 야외 직사광선 아래에서도 디스플레이가 선명하게 표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도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무기발광 산업육성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다양한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2032년까지 8년간 484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LED 부품의 해외 공급망 의존을 낮추고 국내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