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게 350억원대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이 적발되면서 우리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에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의 신념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호소한 지 한 달 만에 사고가 재발하면서다.
우리은행은 업무 전반에 무관용 원칙의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재차 흔들린 고객 신뢰도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게 350억원대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이 적발되면서 우리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영업점에 대한 불시 검사를 확대 시행하고, 규정과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임직원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에 기반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내부 규정을 어긴 사례가 드러난 임직원에 대해선 즉시 업무 배제와 후선 배치 등 중징계를 내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우리은행 검사에서 2020년 4월 3일부터 올 1월 16일까지 약 3년 9개월간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350억원은 통상 기준과 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고,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손 회장이 금융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친인척 관련 대출은 4억 5000만원(5건)에 그쳤으나, 지배력을 행사한 이후 대출액이 약 137배나 급증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 과정에서 손 회장의 부당 지시가 있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해 2019년 1월 지주 회장과 은행장직을 겸임했다. 이후 2020년 3월 지주 회장에 연임해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우리금융은 금감원 발표 이후 임종룡 회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고객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잇따른 대형 금융사고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의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에 이어 지난 6월에는 김해지점에서 17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7월 하반기 그룹 워크숍에서 횡령사고와 관련해 ‘무신불립’의 신념을 통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의식 내재화를 호소한 지 불과 한 달만에 대형사고를 일으키면서 ‘우리금융’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를 재건하는데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우리투자증권 출범 등 비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보다는 실추된 고객 신뢰를 우선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진 고객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한다”며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이는 전적으로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저를 포함한 여기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업문화와 업무처리 관행, 상·하간의 관계, 내부통제 체계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바꾸어나가는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